혈압상승-변비… 비만치료제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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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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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트라민 성분, 식은땀 등 부작용
EU-처방중지, 美 경고문구 삽입 강화

제약사 “심혈관계 질환 아니면 안전”
식습관 개선-운동 병행해야 효과적

식약청 7월 리덕틸 조사결과 발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시부트라민’ 성분이
들어있는 비만치료제가 심혈관계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외국의
연구보고서(SCOUT)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일시적인 처방 중지를 권고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강화하도록 했다.
식약청의 심사 결과는 7월에 나온다.
식약청은 이미 병의원에 이 약의 처방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했다.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비만클리닉들도
이 약의 처방을 놓고 고민이다.
유럽 일부 국가가 살빼는 약 ‘리덕틸’의 시부트라민 성분이 심혈관에 좋지 않다며 처방을 금지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안전성 검토에 나섰다. 최종 결과는 7월에 나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럽 일부 국가가 살빼는 약 ‘리덕틸’의 시부트라민 성분이 심혈관에 좋지 않다며 처방을 금지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안전성 검토에 나섰다. 최종 결과는 7월에 나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다른 만성질환 치료제와 달리 비만치료제는 출시된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아직 안정성과 효과 검증이 끝나지 않은 셈이다.

현재까지 의약품으로 허가한 비만치료제의 성분은 △시부트라민 △오를리스타트 △펜테르민·펜디메트라진 등 향정신정 제제(마약류) 등 단 세 종류다. 이런 약들은 모두 의사의 처방을 받아 구입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다이어트 식품이나 보조제와는 다르다.

○ 비만치료제 종류와 부작용, 어떤 게 있나

비만치료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리덕틸의 성분은 최근 문제가 된 시부트라민이다. 이 성분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한다. 배고픈 느낌이 사라지니 음식 섭취량이 줄어든다. 1980년대에 항우울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소 효과가 커 이후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됐다. 비만치료제 중 체중 감량 효과가 제일 낫고 장기간 임상시험에서도 내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혈압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운동을 하고 난 직후처럼 가슴이 뛰거나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변비도 생긴다. 보통 약물 투여 초기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점차 줄어든다. 고령자나 고혈압, 부정맥, 녹내장 질환자에게는 처방할 수 없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 제니칼의 주성분은 오를리스타트다. 이 성분은 섭취한 음식에 들어있는 지방이 흡수되지 않도록 한다. 지방의 30% 정도를 대변으로 배설시킨다. 기름 섞인 변, 복부 팽만감, 설사 등 부작용이 있다. 지방보다 탄수화물 비만이 많은 한국형 비만에서는 효과가 덜하다. 지방을 많이 섭취할수록 대변에 기름이 많이 섞여 나오므로 식습관 조절을 할 때도 이 약이 활용된다. 12세 이상의 청소년도 사용할 수 있다.

향정신성 의약제제인 펜테르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원리는 시부트라민과 거의 같다. 다만 중추신경이 아니라 말초신경에 작용하며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입 마름, 무력감, 변비 등 부작용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장기간 복용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가 없으므로 12주 이상 복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병원을 바꿔 가며 처방 받아 1년 이상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불면증 우울증이 찾아오고 만성 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시부트라민 보고서, 심혈관계 환자 대상 연구”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고도비만(30∼39) 이상이면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 경우 비만치료제는 먹는 게 좋다. 안규정 동서신의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양만 복용한다면 비만치료제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EU 처방 중단의 근거가 된 시부트라민 보고서는 처방이 금지된 50세 이상 심혈관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부작용 연구이며 정상인은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BMI가 과체중 또는 비만 단계(26∼30)일 때도 심혈관계 질환이 없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비만치료제를 복용해도 된다. 다만 이 정도의 비만이라면 운동을 병행해야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굳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병행해 살을 뺄 수도 있다. 체중 감량 방법을 의사와 먼저 상의하도록 한다.

정상 체중이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위해 비만치료제를 먹는다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정상 체중일 때 비만치료제만 먹으면 근육의 양은 줄어들고 체지방은 빠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사람은 비만치료제를 먹을 때는 체중이 줄었다가 약을 끊으면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이 잘 나타난다. 안 교수는 “정상 체중의 사람들이 비만치료제를 먹는 것은 전형적인 약물 오남용이며 약에 대한 의존성과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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