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초파리 여러 마리를 보며 ‘다른 그림 찾기’를 한다. 전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눈이 하얗거나 날개가 작거나 뚱뚱하다. 유전자 조작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찾아야 하는 초파리는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정상 초파리다. 아무리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도 하나하나 걸러내며 원하는 초파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 퀴즈는 김빛내리 마이크로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미래의 과학도에게 내는 수수께끼다. 김 교수는 직접 초파리의 ‘마이크로RNA’를 조작해 돌연변이 초파리를 만들었다. 마이크로RNA는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RNA 분자로 유전자에 영향을 줘 세포의 활동과 기능을 조절한다.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바로 옆에 있는 김 교수나 연구원에게 물어보자. 맞춤형 힌트를 줄 것이다.》 ■ 오늘 삼성동 코엑스에서 과학자 50명 직접 시연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신관 1층 그랜드볼룸에는 김 교수를 비롯해 우리나라 국가대표 과학자 50명이 모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창의적연구사업단장협의회가 주관하는 ‘제4회 창의적연구사업 성과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미래의 과학도에게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 준다. 전시회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올해 행사에는 관람객이 직접 미션을 풀거나 실험 기기를 작동하며 연구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발광센서재료연구단 부스에서는 관람객이 폭발물처리반이 돼 폭약의 일종인 TNT를 탐지해야 한다. 연구단에서 개발한 발광성 유기물질을 이용하면 성분에 따라 다른 빛깔의 형광색이 나타난다. TNT가 검출될 때는 하늘색 형광색이, 수은이나 납 같은 중금속이 검출될 때는 분홍색 형광색이 나타난다. 김종승 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은 “폭탄을 탐지한다는 긴장감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실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극미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RNA연구단의 연구원이 실험에 사용할 마이크로RNA를 합성하고 있다. 이 RNA는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 제공 마이크로RNA연구단
박일흥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초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우주망원경연구단 부스에서는 현재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초고속추적우주망원경’과 똑같은 모델을 볼 수 있다. 실제 망원경은 러시아 ‘타티아나-2’ 과학위성에 실려 지상 800km 높이의 궤도를 돌고 있다. 이 우주망원경은 구름 위에서 발생하는 번개를 10만분의 1초 만에 추적해 ‘슬로비디오’ 같은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다.
국가대표 과학자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직접 설명하는 강연회도 마련됐다. 김선정 생체인공근육연구단장은 ‘인공근육의 미래’를 주제로 인공근육 기술이 미래의 로봇이나 의수 등에 어떻게 적용될지 소개한다. 이원재 생체공생시스템연구단장은 ‘장내 세균, 적인가? 친구인가?’를 주제로 사람의 장 속에서 일어나는 세포와 미생물의 갈등과 우정을 설명한다.
X선영상연구단의 연구원이 X선현미경을 조작하고 있다. X선현미경은 물체 내부를 수억분의 1m 크기까지 관찰할 수 있는 차세대 현미경이다. 사진 제공 X선영상연구단‘노벨 과학상 사관학교’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창의연구단이 전시회를 연 이유는 미래의 국가대표 과학자를 키우기 위해서다. 현택환 창의적연구사업단장협의회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은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얼마나 있는지로 정해진다”며 “창의연구단은 현역은 물론이고 미래의 국가대표 과학자와 과학기술을 양성하는 훈련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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