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디스크, 다발성질환, 골다공증 등 있으면 재발 가능성 높아…수술 전 만큼 통증 심하거나 신경 눌렸을 때 재수술
모든 병은 재발하면 치료나 수술이 처음보다 어렵다. 특히 척추질환은 수술 후에도 재발이 많다고 알려진 질환 중 하나. 수술 후에도 통증이 계속될 때 사람들은 흔히 병이 재발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허리병은 수술하지 말아야 한다’ ‘수술해도 안 낫는다’ 같은 오해도 많다. 척추질환 재발에 관해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척추관절 전문 21세기병원 이규석 의무원장의 자문을 통해 풀어봤다. 21세기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으로 선정된 곳. 척추질환 분야에서 절제 부위를 극소화해 수술하는 ‘최소침습수술’과 ‘내시경무혈수술’ 등을 국내에 도입한 병원이기도 하다.
Q. “3년 전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 받았는데 6개월 전부터 다시 통증이 생겼어요. 수술 전 만큼은 아니지만 수술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병이 재발한 건 아닌지 걱정돼요.”(김지훈· 52)
A. 척추질환에서 재발은 수술 후 한 달에서 6주 사이에 수술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은 재발이 가장 많은 질환이다. 이는 ‘재발성디스크’라고 부른다.
협착증과 전방전위증 등을 치료하는 나사못 고정술과 목디스크 수술 이후 통증이 생겼다면 이는 수술하지 않은 인접 부위에 나타나는 2차 질환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는 재발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통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재발이라 생각한다. 김 씨의 사례는 재발이 아니라 수술에 의해 인접 부위가 손상된 2차 질환이 생긴 것이다.
Q. “디스크 수술 후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퇴행성디스크 때문이라는데, 나이도 젊은 편인데 퇴행성이라니 이해가 안 돼요. 또 재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데 이유가 뭔가요?”(윤혜옥·28·여)
A. 많은 사람이 퇴행성디스크는 나이 많은 환자에게만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10대 후반에서 30대 중에도 심한 퇴행성디스크를 앓는 환자가 많다. 유전적인 이유및 직업이나 자세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다.
퇴행성디스크가 심한 환자들은 돌출된 디스크에 탈수현상까지 경험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으로 보면 디스크가 흰색으로 투명한 상태가 아니라 까맣게 보인다. 척추 뼈와 디스크 사이 물렁뼈인 종판까지 변성됐다면 디스크가 누런 과자부스러기처럼 으깨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Q. “심한 퇴행성디스크로 디스크 간격이 많이 좁아진 상태라 인공디스크 수술을 받고 싶습니다. 인공디스크 수술을 받을 때는 뭘 조심해야 하나요?”(김화연·39·여)
A. 탈수현상에 종판까지 심하게 손상된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 위험이 높고 디스크 간격이 좁아져 디스크 간격을 확보해 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케이지(cage)라고 하는 인공디스크를 삽입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까다로워 환자의 비용 부담이 높은 편이다. 환자가 인공디스크 수술을 원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기존 척추 간격을 유지하며 정확하게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과정은 의사의 숙련된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다. 인공디스크 삽입 기술이 부족해 인공디스크와 나사못 고정술을 함께 시행하는 병원도 있다. 경험이 풍부한 병원은 인공디스크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낼 수도 있다.
Q. “디스크 수술할 때 디스크를 전부 제거하지 않나요? 재발했다고 진단한 의사가 디스크가 덜 제거돼서 재발한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디스크를 다 제거하지 않은 건가요?”(박수용·42)
A. 디스크를 수술할 때 사람들은 흔히 전부 제거될 거라 생각하지만 수술 시 제거하는 디스크의 양은 전체의 10% 정도다. 디스크의 본래 역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최대치다.
디스크를 과도하게 제거하면 뼈 사이 간격이 좁아져 척추 후관절과 근육, 인대 등이 손상되는 2차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하면 빈 공간으로 섬유성분이 차오른다. 그러나 이때 차오르는 섬유성분은 병든 디스크로 기존 디스크의 탄력이나 운동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술 후 수술 부위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재활 방법이다.
Q. “요추 4, 5번 디스크 수술 후 1년 만에 3, 4번에도 디스크가 생겼어요. 똑같이 디스크가 발생했는데 이런 경우는 재발이 아닌가요?”(이민경·40·여)
A. 척추는 개별적으로 따지면 치아만큼 개수가 많다. 한 치아에 충치가 생겨 치료를 했다고 다른 치아에도 충치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척추도 한 부위를 수술했다고 해서 다른 부위의 손상까지 막는 건 아니다. 다른 치아에 충치가 생긴 현상이 처음 치료받은 충치의 재발이 아니듯 척추도 또 다른 부위의 손상을 수술 후 재발로 보기는 어렵다.
Q. “디스크 수술 후 한 달 만에 재발 진단을 받았어요. 처음 수술도 오랜 고민 끝에 했는데 이렇게 재발을 하니 솔직히 치료에 신뢰가 가지 않네요.”(전인희·65·여)
A. 사람들이 재발성 디스크에 있어 흔히 하는 실수는 치료에 대한 불신이다. 수술을 받았는데도 계속 아플 때 환자의 고통과 불신은 배가된다. 그러나 불신감으로 계속 치료를 미루거나 안정 등의 보존요법에 의존하다 보면 더 큰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발이 의심스럽다면 한 병원이 아닌 여러 병원에서 통증의 원인을 진단받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또 치료에 신뢰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있듯이 의사를 믿고 따른다면 재발성 디스크의 완치는 충분히 가능하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척추질환 재수술, 왜 어렵나?▼
재수술은 대개 수술 전과 같은 정도의 통증이 있을 때,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상에서 신경이 수술 전만큼 눌려 있을 때에 이뤄진다. 재수술에서는 ‘신경유착’을 가장 유의해야 한다. 신경유착은 수술 이후 염증이 주변 조직과 신경에 유착되는 증상. 신경이 붙어 있어 재수술 시 신경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
재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신경성형술’이라는 통증치료요법이 사용된다. 신경성형술은 염증 부위에 약물을 넣어 유착을 풀어주고 방지하는 치료법이다. 신경유착이 사라지면서 통증도 개선돼 재수술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꼭 재수술을 해야 한다면? 재수술 경험이 풍부한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1세기병원은 전체 디스크 수술 건수 중 재수술 환자의 건수가 5%에 달한다. 이렇게 재수술 환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 재수술 환자 중 90% 이상이 타 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은 후 이 병원을 찾은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21세기병원 측은 설명했다. 21세기병원 관계자는 “재수술 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풍부한 경험이 축적되고, 미세현미경과 내시경 등 미세수술도구를 이용해 수술을 하며, 재수술 시 미세드릴을 이용한다는 점이 21세기병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중 미세드릴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의료용 다이아몬드가 소재로 사용되는 미세드릴은 재수술 시 뼈를 갈아낼 때 사용된다. 첫 수술 시 뼈를 잘라낼 때 쓰이는 커팅드릴과 미세드릴은 모양부터 다르다. 동그란 모양의 미세드릴은 뼈를 섬세하게 갈아서 수술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낼 때 사용되는 것. 미세드릴을 이용하면 세밀한 절제가 가능하고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해 신경유착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재수술을 할 때는 복강경 수술 경험이 많은 병원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복부로 수술을 하면 1차 수술의 상처가 등 부위 조직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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