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붓고 짜증 늘고… 혹시 초경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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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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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빨라져 작년엔 12.4세… 증세와 대처법

《한국 여성의 초경 나이가 매년 빨라지고 있다. 1988년 13.6세였던 초경 나이는 1998년 12.7세, 2008년 12.4세로 낮아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대다수 여자 어린이는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초등학교 4, 5학년 때 초경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이나 학교에서 초경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초경후 2년까지 주기 불안정
생리대 주머니 만들어줘야

‘초경 빠르면 키 안커’ 근거 없어
균형잡힌 영양섭취-운동 중요


○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초경증후군’


초경은 소녀가 여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가 나오면 우리 몸은 임신을 준비한다.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면서 몸 안은 충분히 준비가 됐는데 정자와 만나지 못하면 필요 없어진 이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간다. 이것이 월경이다.

초경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마음이 불안해진다. 갑자기 아랫배가 아려온다든지 생리 기간 갑자기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손발이 갑자기 붓는다. 생리 기간 얼굴에 여드름이 나거나 체중이 1kg 이상 불어나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아이도 있다. 초경과 더불어 아이들이 느끼는 신체적 심리적 증상을 ‘초경증후군’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월경 주기(월경이 시작하는 날로부터 다음 달 시작하는 날까지)가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성인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는 28일 정도다. 그러나 아이들은 초경이 지난 뒤 어떤 달은 생리를 건너뛰고 어떤 달은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피가 많이 나거나 탁하고 덩어리가 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월경 주기는 초경 후 6개월부터 2년까지 불규칙하다.

이럴 때 아이들을 안심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월경은 성장과정 중의 하나’라는 점을 설명해주고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비정상적이거나 불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한 아이를 위해 부모가 작은 생리대 주머니를 만들어주는 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월경 기간에는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영양소가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초경 일찍 시작하면 키 안 큰다’는 속설은 근거 없어

일부 성장클리닉은 ‘생리를 빨리 시작하면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며 호르몬제제를 이용해 초경을 늦추는 방법을 권하고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소아전문 네트워크 아이누리한의원이 경기도에 위치한 A여고 2학년생 가운데 초경한 지 3년이 지난 학생 83명을 대상으로 초경 시기와 현재 키를 조사한 결과 초경을 일찍 시작한 집단(42명)은 초경 이후 평균 7.5cm 자랐다. 초경 당시 키가 평균 155.1cm였는데 현재 이 집단의 평균 키는 162.6cm였던 것. 반면 초경을 늦게 시작한 집단(41명)은 초경을 시작할 때 평균 157.4cm였지만 현재 평균 키는 163.3cm로 초경 시작 후 평균 5.9cm 자랐다. 초경을 일찍 시작한 집단이 초경이 늦은 집단보다 키가 1.6cm 더 컸다는 것.

조형준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키가 자라는 것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 유전, 영양상태, 수면, 적절한 운동량이 총체적으로 관련돼 있다”며 “생리를 늦추려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못하도록 억누르다가 생리가 막상 시작되면 그때부터 키를 키워야 한다며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처방을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병철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초경 시기를 인위적으로 늦춘다고 해도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조절할 수는 없다”며 “초경 시기를 늦추면 키가 더 큰다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균형 잡힌 영양식품 섭취와 적절한 운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경을 늦추는 주사(GnRH agonist)는 원래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전립샘암을 치료할 때 쓰는 치료제다. 보험 적용이 안 돼 비싸지만 일부 클리닉에서는 학생 환자에게 매달 성인 용량의 절반 정도를 사용한다. 지 교수는 “성인 여성도 이 주사를 2개월 이상 맞으면 안면홍조 같은 폐경기 증상이 생기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초경을 앞둔 딸이 있다면…
● 초경이 지난 뒤에도 6개월∼2년간 월경주기가 불규칙하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 평상시에도 생리대를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준다.
● 수업 중 갑자기 초경이 시작됐을 때 놀라지 말고 양호실에 먼저 가라고 가르쳐준다.
● 배앓이를 하거나, 갑자기 손발이 붓는 경우가 있다고 미리 말해준다.
● 초경은 소녀가 여성으로 가는 성장과정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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