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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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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은애 씨는 올여름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깜짝 놀랐다.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쓴 휴대전화 요금이 40만 원가량 나왔기 때문이다. 2년 전 출장 때 비슷하게 사용한 해외로밍 요금은 20만 원에 못 미쳤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홍지은 씨는 최근 미국, 일본으로 3일가량씩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에서는 20만 원 가까운 요금이 나왔고, 일본에선 8만 원 정도 나왔다. 예전에는 3일 출장 기준으로 두 나라 모두 10만 원대 초반의 요금을 냈다.
○ ‘010’ 번호를 쓴다는 것
이 씨와 홍 씨의 공통점은 ‘010’ 번호를 사용하는 3세대(3G) 휴대전화를 최근 새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2007년 말 500만 명이던 3G 이동통신 가입자가 8월 말 현재 17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널리 보급되면서 이들처럼 요금 변화를 느끼는 고객이 늘고 있다.
3G 이동통신으로는 별다른 설정 없이 세계 150여 개국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통화할 수 있다. 외국에 도착해 전원을 켜는 순간 자동으로 로밍 서비스가 실행되는 것이다. 3G 해외로밍이 시작되면서 해외로밍 요금도 나라별로 달라졌다. 이를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생각지 않은 ‘요금 벼락’을 맞을 수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가입자가 3G 휴대전화로 미국에서 자동로밍 서비스를 쓸 경우 통화료는 2G 때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한국에 전화를 걸 때 요금은 2G 때 1분에 1000원이었지만 3G로는 2200원이다. 중국도 분당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
KT 가입자는 3G 해외로밍 서비스만 사용할 수 있다. KT는 2G 가입자가 해외로밍을 하려고 하면 3G 전화기를 빌려준다. LG텔레콤에는 3G가 없다. 대신 한국과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과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GSM 방식으로 모두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여러 종류 내놓았다.
○ 해외 로밍 알고 쓰자
로밍이란 한 이동통신사가 다른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자사 가입자가 다른 사업자의 통신망에서도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각국 이동통신사들은 ‘망연결료’라는 요금을 주고받는다.
이 망연결료는 각국 이동통신사들이 협의해 국가별로 단일하게 정한다. 즉 미국의 망연결료와 일본의 망연결료는 서로 다르지만 미국 내 사업자들의 망연결료는 모두 동일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성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국가별로 정해진 망연결료가 해외로밍 요금의 80∼90%를 차지해 사실상 해외 통신사가 요금을 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로밍 사용자는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에도 통화료를 낸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 요금의 절반 정도다. 또 미국과 멕시코 등에선 통화가 연결되면 요금이 부과되는 게 아니라, 신호가 울리는 시간부터 계산해 요금을 매긴다. 게다가 미국에선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아도 29초 이상 신호음을 들으면 통화가 연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이렇게 비싼 요금을 피하려고 대부분 ‘300분 무료 통화’ ‘500분 무료 통화’ 같은 상품을 번들 형태로 싸게 구입해 쓴다. 하지만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잠시 미국을 찾는 해외로밍 고객들에게는 이런 상품이 ‘그림의 떡’이다.
국가별로 요금 부과 방식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출발 전 미리 여행 지역의 요금 체계를 꼼꼼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SK텔레콤(tworld.co.kr), KT(show.co.kr), LG텔레콤(lgtelecom.com) 모두 홈페이지에서 로밍 이용방법 및 특정 국가의 요금 체계를 상세하게 안내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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