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신약]천연물질은 新藥의 창고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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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中토종식물 팔각회향으로 개발

동아제약 ‘스티렌’ 동국제약 ‘인사돌’등 성공사례
바이엘헬스케어도 천연물 신약개발 앞장

신종 인플루엔자의 유일한 치료제로 각광받는 타미플루. 원래 타미플루는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 사가 조류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했다가 신종 플루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타미플루가 복잡한 화학재료를 섞어 만든 게 아니라 중국 토종식물 팔각회향(八角茴香)이라는 천연물에서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팔각회향은 목련과 상록수 열매로 300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음식에 넣는 향신료로 널리 쓰여 왔고 일부는 한약재로 사용됐다. 팔각회향 속에 들어 있는 시킴산(shikimic acid)이란 성분에서 합성한 물질이 타미플루다.

타미플루뿐 아니라 푸른곰팡이에서 개발된 항생제 페니실린, 버드나무에서 추출돼 하루 1억 정 넘게 소비되는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양귀비에서 추출한 진통제 모르핀 등 천연물에서 신약이 개발된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창조주는 인간에게 질병으로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치유할 길을 자연 속에 숨겨 놓은 셈이라고 할까.

‘천연물에서 추출한 신약’시장은 제약업계의 블루오션이다. 업체들은 너도나도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선두에 선 기업은 동아제약이다. 43년간 국내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이어오고 있는 동아제약은 2002년 개발한 위점막보호 천연물 신약 ‘스티렌’을 지난해 매출이 747억 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이끌며 국내 천연물 신약 시장을 열었다. 동아제약은 스티렌 개발을 계기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은 신약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화기계 질환분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의 대표 의약품 인사돌, 마데카솔케어, 훼라민Q 등은 식물성분을 주원료로 한 제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잇몸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인사돌은 베타 시토스테롤이 주성분인 식물성 스테롤을 옥수수로부터 분리해 정제한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이다.

최근 동국제약이 새롭게 선보인 마데카솔케어 연고는 기존 복합마데카솔에 비해 식물성분인 센텔라 아시아티카를 더욱 강화한 상처치료제다. 센텔라 아시아티카는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섬 원주민들이 피부병 치료제로 쓰던 민간 약재로 피부재생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약용식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의약품 가운데 하나인 아스피린을 만드는 바이엘헬스케어도 천연물을 통한 신약 개발에 앞선 다국적 제약사다. 바이엘헬스케어는 임상연구 활동의 상당부분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겨 신약 개발 초기단계부터 아시아 지역 환자들이 임상 연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2005년 1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시아에서 단 6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으나 지금은 6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75건이 진행 중이다. 바이엘헬스케어는 혁신적인 신약들을 유럽과 북미지역은 물론, 아시아 태평양지역에도 동시에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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