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바이러스]<4>장애인주차 배려를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이번 여름에만 다섯 번 수술대 위에 올랐다. 9년 전 교통사고 후 받은 수술 횟수가 스무 번을 넘은 뒤로는 헤아리지 않았으나 마흔 번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스무 번 이전까지는 내 비명소리를 들으며 마취에서 깼었다. 의식이 돌아오기 이전부터 신경은 살아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수술이라면 대수술이라 할 수 있는’ 수술을 받곤 있지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다. 수술을 받은 직후에는 진통제를 찾으며 아파하지만 며칠이 지나 수술한 부위가 아물어 가면 아픈 것이 어떤 것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 많이 아팠다’라고는 기억하지만 아픈 느낌이나 통증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의 통증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어 더 잊혀지기 전에 그걸 나누고자 한다.

내가 주로 받는 피부 이식수술은 화상을 입지 않은 피부를 떼어 내 옮겨 심는 것인데, 나는 주로 다리에서 피부를 떼게 된다. 한 달 전 오른쪽 다리에서 길이로는 30cm가량 피부를 떼어내었는데 수술 후 한 달간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닐 수밖에 없었다. 매번 이식수술 후에 겪는 일이지만 나는 또 잊고 지내다 다리가 불편한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금 경험한다. 통증 이외에도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다리를 절면서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런 다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먼 거리의 이동이 얼마나 부담되는 것인지, 다리가 건강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작은 턱도 얼마나 높게 느껴지는지, 또 계단 오르내리기와 앉고 일어섬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온몸으로 한 달간 경험한다.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것들이다. 심지어 겪어 보았어도 기억은 통증이 사라지듯 금세 잊혀진다.

영어 표현 중에 ‘in one's shoes’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처지를, 상황을 생각해 본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고 수술 부위가 안정돼가면서 나는 다시 잘 걸을 수 있게 되지만 잠시나마 그들의 신발을 신고 생각할 수 있었다

주차장마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 할당된 장애인주차구역이 있다. 모든 장애인이 아닌,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만이 주차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다. 일년에 몇 주간은 걷는 것이 불편했던 나로서는 장애인주차가능 카드도 없이 그 구역에 주차한 차들을 보면 조금 화가 난다. 아무 불편함 없이 걷는 사람도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으로 한 발자국 옮기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은 어떨까 잠시라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비어있다고 주차하지 말자. 조금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빼앗으면 어느 장애인이 먼 거리를 당신보다 더 ‘힘들게’ 걸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어쩌면 비좁은 공간에 휠체어를 내려놓을 자리조차 없는 주차구역에 세워야 할지 모른다. 10만 원 과태료 때문이 아니라 걷기 불편한 이들의 신발을 잠깐이라도 신어보았으면 좋겠다.

이지선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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