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채음료 살안쪄? 설탕 듬뿍!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 식약청, 어린이 기호식품 영양성분 분석

32개중 31개 비만유발 판정

“단백질 없고 당 함량만 높아

1회 제공량만 섭취해도 살찔 우려있는 유해식품”

과즙을 넣어 만든 음료도 탄산음료 못지않게 어린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넣는 설탕이 문제였다. 1캔(1회 제공량)만 먹어도 당 적정 섭취량(간식 1회당 17g)을 훌쩍 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롯데칠성음료 해태음료 남양유업 등 7개 음료·가공유류 제조사의 제품 중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일·채소(과채) 음료 32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31개(96.8%)가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됐다. 탄산음료는 총 11개 중 10개(90.9%)가 이에 해당됐다.

이는 20일 동아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영길 의원실에서 입수한 식약청의 ‘고열량 저영양 식품 판별 결과’ 자료에 따른 것이다. 식약청은 어린이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막기 위해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을 제정하고, 과자 캔디 음료 가공유류 햄버거 등 어린이 기호식품의 1회 제공량에 포함된 열량과 당 단백질 포화지방 함량을 분석해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판별해 관리하고 있다. 어린이 비만 방지가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비타민 무기질 등 기타 영양소 함량은 측정하지 않는다.

과채음료는 과즙 채소즙 함량이 10% 이상, 95% 미만인 음료를 말한다. 과즙이 95∼100%로 설탕 또는 액상과당 함량이 낮은 음료는 관리 대상이 아니다.

○ 과채음료, 설탕이 단맛 결정

식약청은 어린이 간식 중 ‘1회 제공량당 당류 17g을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이거나, 포화지방 4g을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인 식품’을 고열량·저영양으로 본다.

롯데칠성음료의 과채음료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는 1회 제공량(190mL)당 열량이 90Cal, 당류 21g이면서 단백질은 0g, 해태음료의 ‘갈아 만든 배’는 1회 제공량(238mL)당 열량 116Cal, 당류는 28g이면서 단백질은 0g으로 고열량 저영양이다. 해태음료는 이외에도 ‘과일촌’과 ‘썬키스트’ 시리즈 등 21개 제품이 고열량 저영양 판정을 받았다.

남양유업 매일유업도 가공유류를 제외한 과채음료가 고열량 저영양으로 조사됐다. 남양유업의 ‘마시는 청사과 속살’ 등 3개 제품, 매일유업 ‘썬업’ 시리즈 3개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식약청 측은 “과채음료가 물이 주성분이라 단백질은 없는 반면 당 함량은 높아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과채음료의 당도를 결정하는 것은 과즙 원액과 설탕, 액상과당 등 당류다. 과즙이 적을수록 단맛이 덜해 당을 많이 넣게 된다. 과채음료가 비타민 섭취엔 좋을 수 있으나, 당 성분이 너무 높아 1회 제공량만 먹더라도 살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대체 감미료를 개발해 당 함량은 낮고 맛은 그대로인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를 당·나트륨·트랜스지방을 낮추도록 업계를 유도하는 기간으로 설정한 바 있다.

○ 0.1g 차, 아슬아슬한 프리미엄 과자들

이번 조사에서는 프리미엄급 과자 중에도 고열량 저영양 제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오리온 등 ‘빅4’ 제과회사의 프리미엄 과자 31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크라운제과의 ‘후레쉬스토리 초코롤 케이크’가 포화지방은 많고 단백질은 적은 고열량 저영양이었다. 이 제품은 한 팩(29g)당 열량 130Cal에 포화지방 4.5g, 단백질 1g이었다. 포화지방 기준치(4g)는 초과하고 단백질 기준치(2g)엔 미달이다.

이 밖에도 식약청의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 ‘건강식품’이라고 말하기엔 무색한 제품이 적지 않았다. 오리온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의 포화지방은 3.9g, 단백질 1g으로 포화지방이 0.1g만 더 들었다면 고열량 저영양이다. 해태제과의 ‘콜드 키위 케익’도 포화지방 4.6g, 단백질 2g으로 ‘단백질 2g 미만’을 간신히 비켜갔다.

○ 오락가락 식약청 판별 기준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판별하는 식약청의 기준도 오락가락해 업계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식약청은 한국야쿠르트의 ‘비락식혜’는 어린이 기호 식품이 아니라며 분석대상에서 제외한 반면, 롯데칠성음료 ‘잔칫집 식혜’, 해태음료 ‘큰집식혜’는 대상에 넣었다. 잔칫집식혜, 큰집식혜 모두 당도가 높아 고열량 저영양 판정을 받았다. 한국야쿠르트 비락식혜도 당류 25g으로, 분석대상에 들었다면 고열량 저영양으로 판정받을 만큼 당 함유량이 높았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의원은 “정부가 내년 1월부터 학교 주변에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퇴출시키겠다고 하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준을 재정립하고 어린이 안전식품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먹을거리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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