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견과류 마음껏… 삼겹살은 참으세요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부쩍 늘어나는 여성 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콩, 두부를 비롯해 생선, 견과류 등 암 예방에 좋은 영양소가 든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인암 검진을 하려고 초음파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 제공 삼성암센터
부쩍 늘어나는 여성 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콩, 두부를 비롯해 생선, 견과류 등 암 예방에 좋은 영양소가 든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인암 검진을 하려고 초음파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 제공 삼성암센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정보기술업체인 HP의 칼리 피오리나 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외신에 따르면 피오리나 전 CEO는 유방암 최종 진단을 받고 이달 초 스탠퍼드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유명 인사들이 여성 암에 걸렸다는 뉴스는 흔해졌다. 그만큼 여성 암이 급증하고 있는 것.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대표적인 여성 암인 유방암은 1999년부터 2005년 사이 44.9% 증가했다. 2006년에는 유방암으로 1609명, 난소암으로 717명이 사망했다. 이해 전체 암 사망 여성 2만3829명 가운데 유방암이 6.8%를 차지했다. 》

식이요법으로 여성암 예방하려면…

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걱정도 많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비과학적인 추측이나 입소문을 통해 그릇된 의학지식도 늘고 있다. 여성 암을 일으키는 식이요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여성암 예방에 좋은 식생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젊고 마른 여성, 식물성 지방-등 푸른 생선 섭취 늘려야

고지방식이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젊고 마른 여성일수록 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혈중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C)이 낮고 중성지방이 높은 여성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1.45배 증가하며 이런 경향은 폐경기 이전의 비만하지 않은 여성이 특히 높았다”고 밝혔다.

HDL-C를 높이려면 땅콩 같은 견과류나 식물성 기름,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고등어 청어 꽁치 같은 등 푸른 생선의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포화지방산이나 콜레스테롤이 높은 육류, 트랜스지방이 높은 식품은 줄여야 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물성 지방도 좋다. 특히 채소에 많은 섬유소는 지방과 함께 대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식습관뿐 아니라 운동이나 체중 조절도 HDL-C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주 3∼5회 하면 암뿐 아니라 심혈관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콩, 호르몬 균형 잡아 난소암 발생 억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몸을 여성답게 만드는 데 필수인 호르몬이다. 그러나 두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자궁내막암, 난소암, 유방암 등 여성 암 위험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은 세포를 자라게 하는 반면 프로게스테론은 이를 억제한다. 에스트로겐만 많이 분비되면 세포 성장만 촉진하게 돼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콩, 두부, 된장은 두 호르몬의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이들 음식에 든 이소플라본은 사람의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면서도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인다.

콩 음식을 많이 먹는 아시아권 여성들이 미국, 유럽 여성보다 난소암,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콩 성분이 중년여성의 갱년기 증상 개선을 위한 약이나 건강 기능식품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콩류로 만든 음식을 매일 식단에서 빼지 않고 먹으면 여성호르몬 때문에 생기는 질환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수술후 단백질 보충 땐 살코기-우유가 좋아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암이 재발한다는데 집에 가서 고기 먹어도 될까요?”

암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환자가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고기류에 관한 것이다.

주웅 이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 교수는 “육류를 완전히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육류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대장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 암 발생의 위험까지 증가하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수술 후 상처를 아물게 하고 몸을 회복하는 데에는 단백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육류를 먹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다만 지방이 많이 함유된 육류는 피해야 한다. 기름이 많은 갈비, 삼겹살, 닭 껍질은 피하고 살코기, 우유, 달걀을 먹도록 한다.

고기를 요리할 때는 높은 온도에 직접 굽거나 튀기지 말고 낮은 온도에서 삶거나 찌도록 한다. 굽거나 튀기면 발암물질로 알려진 ‘헤테로사이클릭 아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삶거나 찌면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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