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감기 때문에 대학병원 가신다고요?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감기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실적에서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5%에서 2005년 4.2%로 늘었다. 감기환자뿐 아니라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실적에서도 대형종합병원이 2001년 25.7%에서 2005년 28.3%로 상승했다.

많은 환자들이 감기 같은 경미한 질환에 걸려도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1989년부터 ‘3단계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됐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3단계 의료전달체계란 병·의원을 1, 2, 3차 의료(급여) 기관으로 나누는 것.

1차 의료기관은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보건소 등이다.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요양병원은 2차 의료기관이다.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기본 4개 과 이상의 진료과목과 전문의를 갖춘 병원이 이에 해당한다. 대학병원 등 종합전문요양기관이 3차 의료기관이다.

의료전달체계는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동네의원부터 단계를 거쳐 대학병원으로 가도록 구성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감기처럼 경미한 질환에도 무조건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으로 가려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의료전달체계는 법으로 정해진 것이므로 1, 2차 의료기관의 진료의뢰서가 없으면 3차 의료기관에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바로 3차 의료기관을 향했을 경우 그만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경미한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정말 촌각을 다투는 중증 환자의 치료가 원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한정된 의료진이 돌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주목받고 있다. 2차 의료기관 가운데 지역을 토대로 한 큰 병원들이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최신 의료장비와 수준 높은 의료진을 확보해 대형병원과의 간극을 줄이고 있는 것.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용인중앙병원 오동철 병원장은 “요즘 지역 중소병원들의 진료 시스템은 대학병원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전문화되고 있다”면서 “무조건 대형병원부터 찾기보다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전문화된 시스템, 근접성까지…3박자 고루 갖춘 용인중앙병원

“때론 동네병원이 대형병원보다 더 정확하고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미정 씨(34·여)는 지난달 어머니를 모시고 한 대형병원에 갔다. 예약을 하고 병원을 방문했지만 거의 반나절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의사의 진찰도 잠깐. 검사를 받으려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시골로 곧 내려가야 하는 어머니의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동네병원을 찾은 김 씨. 동네병원에서 어머니는 기다리지 않고 진료와 검사, 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비단 김 씨만은 아닐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기 위해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치료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또 일반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의 중소병원은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진료과목별로 대학병원 못지않은 의료진과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문을 연 용인중앙병원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내과, 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총 6개 과목을 진료하는 중소지역병원. 4300㎡(약 1300평) 규모에 지하 1층을 포함해 전체 5개 층으로 150병상이다. 재활의학센터와 종합검진센터, 응급의료센터를 갖춰 지역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용인중앙병원 오동철 병원장은 “지역 내에서 가장 전문화된 척추·관절 전문병원, 재활전문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으로 재활까지

정형외과는 제1, 2정형외과로 나뉘어 척추관절질환을 치료한다. 척추클리닉은 척추협착증과 디스크, 척추골절 등을 전담한다.

또 인공관절수술과 관절내시경 등은 관절클리닉이 담당한다. 이 외에도 족부(발), 골다공증, 관절염클리닉 등 질환별 전문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 정형외과 이상엽 원장은 “척추디스크 등 척추 손상은 잘못되면 만성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진료는 재활의학과와의 협진이 이뤄진다. 재활의학과는 뇌신경재활센터와 통증재활센터로 나눠 환자의 증상에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뇌중풍(뇌졸중)과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 등으로 뇌신경이 손상됐을 때는 뇌신경재활센터에서 치료와 재활을 담당한다. 운동치료, 언어치료, 작업치료, 인지재활치료 등이 대표적인 뇌신경 재활 프로그램이다.

통증재활센터에서는 오십견과 골관절염, 각종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손상 등이 야기한 통증의 완화를 목표로 한다. 20여 명의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재활요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재활의학과 전동진 원장은 “특히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가 함께 있어 수술할 때부터 재활을 염두에 둔 처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일반 수술에 필요한 마취 외에도 재활의학과와 결합해 통증전문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척추가 손상되면 통증 탓에 재활운동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척추의 신경을 일부 차단해 줌으로써 원활한 재활을 돕는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 박재건 원장은 “우선 통증을 차단하고 운동을 통해 주위 조직을 튼튼히 하면 나중에는 신경을 차단하지 않아도 통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의 원활한 협진 시스템은 대학병원 같은 대형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료과별 특화된 진료시스템

용인중앙병원은 진료과별로 특화된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내과에서는 일반적인 내과질환의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소화기내과와 심장내과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노인만성병클리닉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진료한다.

내과 이병준 원장은 “노인만성병클리닉은 노인 환자들에게 흔한 만성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관리한다”고 말했다.

외과에서는 위 대장 간 담낭 췌장 등 복부질환, 유방 갑상샘 항문 직장 질환과 하지정맥류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특히 이 병원 외과 홍부환 원장은 대학병원에서 10년 넘게 복강경 수술을 전담한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초음파 진단과 유방암 촬영을 비롯해 암 진단 등을 진행한다.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진단 장비를 보유해 지역 주민들이 대학병원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편의 위한 응급의료센터와 종합검진센터

용인중앙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용인시의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곳이다. 보통 시별로 1, 2개의 병원이 지정되며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용인중앙병원은 지역의 초등학교와도 연계해 학교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응급차가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종합검진센터에서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대상자는 동사무소 등에서 추천을 받는다.

종합검진센터에서는 주요 내장기관의 질환과 성인병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본 검진프로그램과 간암, 폐암, 유방암, 자궁암, 대장암, 위암 등 한국인의 6대 암 검진 프로그램이 있다. 또 뇌혈관과 심장혈관, 갱년기 검사까지를 포함한 특화 검진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