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고 있는 의학상식]급성충수염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8분


급성충수염 부위 남녀가 다르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10만 명이 맹장수술을 한다. 맹장수술이 너무 흔하다 보니 질환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해 맹장염은 정확한 질환 명칭이 아니다. 의료계에서는 맹장염이 아니라 급성충수염이라고 부른다. 전성은 한강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맹장에 붙어 있는 충수라는 작은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므로 급성충수염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충수에 염증 생기는 질환

맹장염이란 표현 옳지 않아

흉터 우려땐 복강경수술을

1 남성은 오른쪽 배, 여성은 왼쪽 배?

흔히 남성은 급성충수염일 때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고 여자는 왼쪽 아랫배가 아픈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남녀의 충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은 틀린 생각. 충수는 남녀 구분 없이 오른쪽 아랫배에 위치해 있다. 간혹 아주 드물게 왼쪽에 충수가 있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식도와 위를 거쳐 소장과 대장을 지나면서 소화가 된다. 맹장은 소장에서 대장으로 옮겨가는 대장의 입구 부분에 위치해 있다. 길이는 5∼6cm이며 충수는 맹장 끝에 붙어 있는 약 10cm 길이의 손가락 모양으로 생긴 돌기다.

2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면 급성충수염?

오른쪽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 일단 급성충수염부터 의심한다.

그러나 급성충수염의 증상은 다양하다. 오른쪽 윗배나 배꼽 부위, 또는 배 전체가 아플 수 있다. 처음에는 체한 것처럼 윗배가 불편하고 구토가 동반되며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별히 증상이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단순히 체한 줄만 알고 아픈 걸 참다가 결국 충수가 터져 복막염이 된 후 응급실에 실려 오기도 한다.

전 교수는 “급성충수염이지만 증상이 애매한 환자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라며 “미국외과학회지에 따르면 이런 애매한 증상 때문에 수술을 하는 환자가 최대 16%에 이른다”고 말했다.

급성충수염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충수가 위치한 부분을 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지이다. 그 부위를 ‘맥버니 포인트’라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배꼽과 골반 앞부분 튀어나온 뼈를 연결한 가상의 선에서 바깥쪽 3분의 1 지점이다.

3 머리카락을 많이 먹어서 걸린다?

머리카락이나 수박씨를 많이 먹으면 맹장이 막혀 염증이 생긴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머리카락, 소화가 안 되는 씨앗, 껌, 작은 돌 같은 이물질은 음식물 찌꺼기에 섞여 3일 내에 대변으로 배출된다.

급성충수염은 주로 세균 감염으로 충수 내부가 막혀 부어오르고 혈액순환이 안돼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생기는 급성충수염은 그 부위의 임파조직이 지나치게 증식해 충수가 막히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 성인은 작은 대변 덩어리가 입구를 막아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드물게 이물질, 기생충, 종양으로 인해 충수가 막혀 급성충수염이 되는 경우도 있다.

4 수술 축에도 못 낀다?

급성충수염은 ‘별것 아닌 수술’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급성충수염 수술을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3일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충수가 터진다.

박상수 서울의료원 외과 과장은 “급성충수염일 가능성이 높으면 바로 수술을 하고, 가능성이 낮으면 일단 귀가한 후 24시간 뒤에 다시 진찰한다”면서 “이때 가능성이 중간 정도 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검사를 해서 수술을 하거나 입원시켜 관찰을 한다”고 말했다.

충수가 터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터진 충수 주위로 변이 흘러나오면서 고름이 고이는 농양으로 발전해 배 속 전체로 고름이 퍼져 복막염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수술 부위가 커지고 수술도 복잡해진다. 회복 기간이 길며 장 유착, 패혈증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성충수염 수술은 1주일 정도 입원하지만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는 3주 이상 입원한다.

최근 충수 절제술은 얼마나 수술 흉터를 작게 남기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많이 하는 추세다. 그러나 주위 조직 손상이 많이 진행된 충수염이나 충수염이 터진 경우라면 복강경 수술을 하기가 어렵다.

전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57만 원 정도로 개복 수술 비용 13만 원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체력이 약한 고령자나 젊은 여성이 많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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