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출현 빈대, 알고보니 미국산?

  • 입력 2009년 1월 18일 20시 53분


지난달 세브란스 병원 외국인 진료소에 재미 교포인 30대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온몸에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자신의 집에서 잡아 온 벌레를 내보였다.

벌레는 국내에서 사라진 지 20년이 넘은 벼룩이나 빈대로 보였다.

깜작 놀란 의료진은 연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용태순 교수팀에 벌레의 성분을 의뢰했다.

용 교수팀의 조사 결과 '빈대'로 확인됐고, 용 교수팀은 즉각 그 여성이 사는 다가구주택을 조사해 방과 건물 내 이웃집 방에서 죽어있는 빈대와 유충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용 교수팀의 추적 결과 다행히 빈대는 '국내산'이 아닌 '미국산'으로 추정됐다.

용 교수는 "가려움증 호소한 여성이 미국 뉴저지에서 오랫동안 살다 9개월 전 한국에 들어왔고, 빈대가 발견된 다른 방도 주로 단기 거주 외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들이 들락날락 한 점으로 미뤄 빈대는 미국에서 유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용 교수는 "미국의 뉴욕이나 뉴저지 등에서 가끔 빈대가 출현한다는 외신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초가집 등에 주로 살았던 빈대는 길이 6.5∼9㎜의 해충으로 집 안에 살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긴 주둥이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 해충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되며 지금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한편 빈대가 발견된 건물은 이후 방역이 이뤄져 빈대가 모두 퇴치됐다.

그러나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던 여성과 입주자들은 모두 다른 건물로 이주했다.

이진한 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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