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안기술 세계시장 넘본다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3시 01분


홍채-지문-안면… 생체인식산업 내년 46억달러 규모

《최근 LG텔레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신축한 사옥에는 홍채인식기 5대가 설치돼 있다. 통신 서버와 교환기, 가입자 정보 등을 보관하는 주요 층(層)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생체인식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이곳을 출입하려면 마치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눈을 홍채인식기에 대고 신분을 인증 받아야 한다. 최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홍채인식을 비롯한 지문인식,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인 및 기업의 정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출입통제 등 단순한 형태뿐 아니라 개인의료서비스, 전자상거래, 인터넷뱅킹 등으로까지 생체인식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강력범죄 및 국제테러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기술 도입도 크게 늘었다.

생체인식 전문 컨설팅그룹인 IBG 조사에 따르면 세계 생체인식 시장은 2007년 30억 달러(약 4조1700억 원)에서 2012년에는 74억 달러(약 10조286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생체인식 시장은 그동안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이 주도해 왔으나 최근 들어 지문인식 기술을 중심으로 토종 생체인식 기술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한국 중소벤처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문인식 분야 벤처기업인 슈프리마는 10일 미국 국립기술표준원의 지문인식 호환성능 평가에서 자체 개발한 지문인식 알고리즘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슈프리마 측은 “이 인증은 에러율 1% 미만의 알고리즘에 한해 부여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0.3% 미만의 최저 에러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문인식 업체인 니트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개인신분인증(PIV)’을 획득해 한국 전자여권에도 자체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지문 인식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이 인증은 전 세계에서 8개 기업만 받았을 정도로 기준이 엄격하다.

한국의 홍채인식 기술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표준화협회 산하 국제정보기술표준화위원회가 선정한 25개 홍채인식 표준기술 중 19개 기술은 국내 업체인 아이리텍이 개발한 기술이다. 이 회사의 기술은 미국 국립표준국에서 주관한 소프트웨어 평가에서도 정확성을 인정받았다. 이 덕분에 지난해부터 미국 최대 보안 및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얼굴인식 전문회사인 퍼스텍도 지난달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으로부터 5개월에 걸친 평가 끝에 안면인식 알고리즘 인식 성능에 대한 인증을 획득해 전자여권 사업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발전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생체인식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32.2% 성장했다”며 “국내 업체들이 인터넷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융합된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하면 더욱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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