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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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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한 뒤 수영장은 물론이고 대중목욕탕엔 가본 적이 없어요.”
40대 초반의 주부 김모 씨. 그녀는 무모증 때문에 고민해왔다. 남들의 시선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그녀는 토로한다.
인간의 몸에는 입술, 손바닥, 발바닥, 손가락 안쪽, 생식기의 일부분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위에 모(毛)가 자란다. 팔, 다리, 겨드랑이 같은 신체부위는 모가 너무 많으면 때론 놀림감이 된다. 반면 머리와 눈썹, 음부 등은 모가 없을 경우 고민을 안겨준다.
김 씨는 무모증 때문에 부부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사업에 실패한 남편은 “당신 때문에 될 일도 안 된다”면서 말도 되지 않는 탓을 하니, 김 씨에겐 우울증까지 오려고 한다.
무모증은 다른 신체적 변화나 이상 없이 특히 음부의 모가 전혀 없는 증세. 모와 모 사이의 간격이 넓어 띄엄띄엄 자라나 있거나 색이 옅은 경우는 ‘빈모증’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무모증을 치료의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국에서는 무모증을 운과 결부시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성음모 발생상태와 유형적 관찰’이라는 일본 문헌에 따르면 전체 일본여성의 1.8%가 무모증, 12%가 빈모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종이나 생활환경에서 일본과 비슷한 한국에서도 적잖은 여성이 무모증이나 빈모증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9년간 무모증 사례를 연구하고 치료를 해온 테마피부과 신촌점 모발이식클리닉의 이강석 원장은 “체모(體毛)는 기능적 의미보다는 ‘보디(body) 이미지’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면서 “무모증인 여성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유전, 호르몬 이상이 주요 원인
음모는 사춘기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발달하기 시작한다. 17, 18세가 되면 완전한 형태를 갖춘다.
무모증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 환자들의 50% 정도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음모의 발달 여부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분비량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분비된 안드로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무모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음모가 완전히 자라났다가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숱이 적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후천적 무모증이다. 출산 후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갑상샘 기능 저하로 체모가 손실되는 것이다.
이 원장은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는 갑상샘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본 후 무모증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단일모 이식술로 무모증 해결
무모증 치료는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또 성형수술처럼 유행을 타는 치료도 아니다. 과거엔 무모증을 해결하기 위해 발모제를 바르거나 가발의 원리에서 따온 음모패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모제는 음모가 자라기 전에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서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모패드 역시 마찰이나 물기에 약하고 접착제로 인한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하기도 했다.
무모증 치료는 1990년대 후반 단일모낭이식술이 개발되면서 크게 진전됐다.
단일모이식술은 주로 뒷머리 부위의 모근을 채취한 뒤 모낭이 상하지 않도록 1개씩 분리해 옮겨 심는 방법이다. 두피에 시술하는 모발이식술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모낭 1개에서 1개의 모가 자라도록 한다. 숱이 많아야 하는 두피에는 1개의 모낭에서 2, 3개의 모가 자라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음모는 1개의 모낭에서 1개의 모가 자라야 시술받은 티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기존의 다발모 이식술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모의 모양이 실제 음모의 모습과 달라 만족도가 낮았다”면서 “단일모이식술은 실제에 거의 가까운 모습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되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 다 자란 후의 모습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단일모이식술은 부분 마취를 한 뒤 보통 1회 시술할 때마다 800∼1200개의 모를 이식한다. 모발이식보다 적은 양을 심기 때문에 시술에 걸리는 시간도 길지않다. 2∼3시간이면 가능하다.
특히 무모증을 치료할 때에는 모의 방향을 조절하여 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장은 “모를 심는 간격이나 양보다는 시술 후 모가 다 자란 후에 모들이 이룰 모습을 고려해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술 후 모의 방향과 모들이 서로 모여 형성하는 전체모양에 따라 역삼각형 다이아몬드형 마름모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역삼각형 모양을 띠면서 안으로 감싸주는 형태를 환자들이 가장 선호한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음모는 다른 부위의 모와는 다르게 다소 구불구불한 모습을 띤다. 이것은 속옷과의 마찰과 눌림으로 인해 변형된 것. 모발을 이식하는 당시에는 직모의 형태를 띠지만 모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차차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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