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루머’ 관련 백씨 “하늘나라 간 고인 불쌍”

  • 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54분


“목적 가진 루머 전달자들 있어… 그것은 분명 잘못”

“최씨 자살 이틀 전 통화… 최씨 감정 자극해 미안”

“하늘나라로 간 고인이 너무 불쌍하다.”

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경찰서 3층 사이버범죄수사팀 사무실에 흰색 블라우스에 하늘색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이 나타났다.

톱 탤런트 최진실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채 괴담’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증권사 직원 백모(25·여) 씨.

그는 “혹시 백×× 씨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나는 성이 이 씨”라고 부인하며 자신은 컴퓨터 관련 일을 하며 증권사 직원들이 사용했다는 메신저 서버를 확인하는 경찰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태도와 수사관들에게 간혹 농담까지 건네는 모습에서 그가 경찰에 조사받으러 나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긴 어려웠다.

기자는 처음에는 그가 이번 사채설 괴담 조사의 핵심 소환자인 백 씨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눴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람이 죽었는데 억울한 게 있겠느냐”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는 백 씨, 수사 관계자들과 함께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백 씨는 최진실 씨 자살 사건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색하게 침묵했고, 먼 곳을 쳐다보거나 눈을 들지 못했다.

자살한 최 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채 괴담’에 대해서 백 씨는 “증권사에서 단순히 흥미로 루머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다른 목적으로 전달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넷을 쓰는 모든 사람이 사실 최 씨를 죽인 공범 아닌가”라는 물음에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먼 곳만 바라봤다.

그는 “기자도 많이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더니 “나도 요즘 통 잠을 못 잤다”며 피곤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1시부터 조사를 받은 백 씨는 4시경 백 씨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그가 나간 뒤에야 경찰은 기자가 만난 여성이 백 씨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는 경찰서를 나서기 전 미리 가져온 붉은색 조끼와 체크무늬 스커트로 갈아입었다. 또 뿔테 안경을 쓰고, 구두를 벗고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은 후 정문이 아닌 2층 계단과 연결된 등산로를 통해 나갔다.

경찰서를 나간 뒤에는 조사를 담당한 경찰에게 ‘형사님 수고하셨어요. 무사탈출^^’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백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 씨에게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자살하기 이틀 전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과정에서 최 씨의 감정을 자극했다. 미안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영상취재 :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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