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축사… 10층 벼농사… “이젠 초고층빌딩 농사”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 美연구팀, 도심서 ‘수직농경’ 제안

층별로 논밭 활용… 물고기-가축도 키워

홍수-가뭄 걱정없고 병충해 피해 없어

30층 빌딩서 5만명분 식량 평생 공급

5월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미국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딕슨 데포미에 교수는 미래의 식량위기와 환경파괴를 피할 수 있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30∼40층짜리 초고층 빌딩에서 농사를 짓자는 것. 데포미에 교수는 “이 새로운 농경모델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대도시는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처럼 척박한 곳에서도 농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수직농경’이라고 불리는 이 경작법은 최근 과학자들과 건축가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 15일자도 땅값이 비싼 뉴욕의 한복판 맨해튼에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30층짜리 초고층 농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직농경의 개념은 1999년 처음 제시됐다. 도심에 수십 층짜리 고층건물을 지은 뒤 각층을 수경 재배가 가능한 논밭으로 활용하는 신개념 모델이다. 농작물 외에 상황에 따라 층별로 물고기나 소 돼지를 기를 수도 있다.

수직농경은 층수를 높일수록 그만큼 땅을 더 넓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100m²의 땅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30층짜리 수직농장을 지으면 30배 넓은 3000m²의 농경지를 확보하는 셈이다.

하지만 수직농경은 적은 땅을 차지한다는 점 외에도 장점이 많다.

초고층 수직농장에서는 풍력과 태양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건물 외부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가 만든 전기와 열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점은 대도시에 몰아닥친 태풍과 홍수, 가뭄에도 작물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몰아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슈퍼 폭풍우가 와도 재배 작물이 침수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 건물 안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병충해 유입을 차단하기도 쉽다.

수직농장은 프랑스의 SOA, 미국 시애틀의 미턴건축사무소 등 세계적인 건축사무소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SOA는 층마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초고층 빌딩 모델을, 미턴건축사무소는 도심 곳곳에 지을 수 있는 5, 6층짜리 중소형 빌딩 크기의 도시농장 모델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수직농법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 수확량은 어떨까.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 수직농장 수확량이 야외농경지보다 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왔다. 데포미에 교수는 “30층짜리 빌딩을 지으면 약 5만 명에게 평생 공급할 음식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50층짜리 초고층 농장에서 잎이 발산한 수증기를 모으면 하루에 62만 L, 서울시민 2175명이 하루에 사용할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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