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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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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분유나 우유를 배불리 먹이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면 아이가 잠을 깨지 않고 푹 잘 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돌 이후에도 이런 식습관이 계속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생후 25개월 된 진서는 지난 1년간 체중이 늘지 않고 식욕도 없다. 진서는 밥을 주로 물말아 먹고 하루에 우유를 900cc 정도 마신다. 한밤중에도 한 번씩 깨서 우유를 마신다. 밤중에 우유를 마시는 습관을 끊자 진서의 식욕은 곧바로 돌아왔다.》
○ 불규칙 식사와 폭식이 원인
한의학에서 볼 때 진서의 증상은 식적(食積), 즉 만성식체증후군으로 분류된다.
만성식체는 말 그대로 식체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급성식체는 복통, 설사, 구토 증상이 갑자기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고 만성식체는 잘못된 식습관이 조금씩 오랫동안 쌓이면서 나타난다.
만성식체는 급성식체와는 달리 원인을 금방 알기는 어렵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고, 폭식을 하고, 달고 찬 음식을 즐기면 생기기 쉽다. 기름진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으면 만성식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돌이 지났는데도 분유나 우유를 하루에 1000cc 이상 마시거나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켜버리는 영유아는 만성식체에 걸리기 쉽다.
만성식체가 있는 아이는 등과 엉덩이가 가려워 긁어달라고 보챈다. 잘 때도 이불을 다 차버리고 벽이나 바닥처럼 시원한 곳에 몸을 붙이려고 한다. 위장이 계속 부담을 받으면서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이다. 또 공복에도 배가 빵빵하게 나오고 입에서 냄새가 난다. 대변 냄새도 심하다.
○ 감기나 피부 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워
만성식체는 소화기뿐 아니라 호흡기, 피부 등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
생후 15개월 된 혜린이는 밤마다 기침을 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한다. 혜린이는 하루 1500cc 먹는 분유 양을 줄이고 취침 두 시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밤 기침이 많이 가라앉았다.
최승용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동의보감에는 식적이 오랜 잔기침이나 코막힘, 가래 등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이 있다”며 “식적을 일반적인 감기, 비염, 천식 증상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면서 몸속에 생긴 독소로 인해 피부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뾰루지,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는데 아토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 잠들기 전 공복상태 유지해야
만성식체를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생활 관리다.
아기는 세 끼를 매일 같은 시간에 적당량 먹는 것이 중요하다. 생후 7, 8개월이 되면 밤중 수유는 서서히 중단해야 만성식체를 예방할 수 있다. 몸무게가 10kg이 넘으면 잠들기 1시간 전, 11kg이 넘으면 2시간 전, 14kg이 넘으면 3시간 전부터 공복상태를 유지한다.
이유식을 시작할 때에는 씹는 훈련을 잘 시켜야 한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국수나 면류를 자주 주지 않는다. 튀김이나 볶음보다는 찌거나 삶는 요리법이 좋다.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 찬 음식도 되도록 삼간다.
한방에서는 만성식체를 치료할 때 주로 ‘평위산’을 처방한다. 평위산은 위를 평평하게 해준다는 뜻의 처방으로 소화액이 많이 나오도록 해 소화를 돕고 복부에 찬 가스를 몸 밖으로 빼주는 역할을 한다. 위장의 긴장을 풀어 순환을 돕기도 한다. ‘사백산’은 만성식체로 인해 기침이 자꾸 날 경우 처방하면 효과가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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