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오비 맥주병은 왜 똑같은 걸까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맥주 라벨에 적힌 이름은 ‘하이트’인데, 왜 맥주병에는 ‘OB’라고 새겨져 있을까?’

맥주를 마시다 이런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이트맥주의 ‘하이트’ ‘맥스’와 오비맥주의 ‘오비블루’는 500mL짜리 병의 디자인이 같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 병을 함께 재사용한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아일랜드의 ‘기네스’, 벨기에의 ‘호가든’ 등 해외 맥주에 비해 국산 맥주는 대부분 병의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다. 스웨덴 보드카 ‘앱솔루트’가 무색무취의 특성을 살린 투명한 병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병 디자인은 주류 마케팅에서 중요하다.

최근 하이트맥주의 ‘에스(S)’와 오비맥주의 ‘카스 레몬’ 등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한 맥주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산 맥주는 라벨을 살펴보지 않으면 어느 브랜드인지 알기 어렵다.

국산 맥주병 디자인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에 대해 주류업계는 무거운 세금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술의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반면 우리나라는 술의 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즉 맥주병을 고급화하면 원가가 올라가고 이는 고스란히 세금에 반영돼 맥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이트맥주 유경종 부장은 “맥주는 값비싼 위스키와 달리 대중적인 술이어서 병 디자인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병이 비슷한 또 다른 이유는 환경 보호를 위해 재사용을 할 때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맥주를 먹고 남은 공병은 세척 및 살균을 거쳐 병당 평균 7, 8회 재사용된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자체 비용 절감을 위해 대중적인 제품들에 대해 맥주병을 공동으로 재사용하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향수병이나 화장품 용기처럼 맥주병도 시각적 즐거움을 줘야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며 “국산 맥주들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병 디자인을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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