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기자의 digi談]인터넷의 자유와 통제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인터넷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존 포스텔은 1998년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인터넷 관리 권한을 빼앗는 ‘쿠데타’를 감행합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정보과학연구소에 근무하던 포스텔은 세계의 ‘네임서버’ 관리자들에게 자신의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제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네임서버란 개별 컴퓨터가 ‘www.donga.com’ 등의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의 컴퓨터를 말합니다.

포스텔과 가까운 관리자들은 이에 응했고, 잠시 동안 전 세계 인터넷의 상당 부분은 그의 손에 쥐어지게 됐죠.

이 ‘사건’이 터진 뒤 국가와 민간 사이에 인터넷을 누가 통제할 것이냐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빈트 서프 구글 부회장은 포스텔을 도와 “인터넷은 정부가 아닌 인터넷 소사이어티가 관리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냅니다.

이들은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이들이 만든 인터넷의 기본 정신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영향이 더 복잡해지고 강력해지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뀝니다. 국가 권력이 경제 사회의 안정을 위해 초(超)국가적인 인터넷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죠.

인터넷 분야 법률의 권위자인 팀 우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 권력전쟁’이라는 저서에서 “인터넷 지지자는 인터넷을 아무도 막지 못하는 커다란 힘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일정 부분 국가의 인터넷 통제를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것이 인터넷의 자유와 통제를 놓고 벌어진 짤막한 역사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서프 부회장, 우 교수는 물론 인터넷의 비상업적 저작권 활용을 주장하는 로런스 레식 스탠퍼드대 교수, 파이어폭스를 만든 모질라재단 미첼 베이커 최고경영자 등 인터넷의 거장들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17일 서울에서 열리는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죠.

인터넷 포털 등을 중심으로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이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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