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코가 막히면? 인생도 막힌다!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수면장애·만성피로·두통·집중력저하 다 코막힘 때문

“제 인생이 꽉 막혔어요.”

회사원 홍지환(가명·31) 대리의 절규다. 코 막힘 때문이다. 홍 씨는 회사에서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이달 초 프레젠테이션 발표 멤버에서 제외됐다. 승진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코는 부부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내는 “코를 심하게 골아 같이 잘 수가 없다”고 했다.

홍 씨는 “늘 코가 덜 막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잠을 자는 습관 때문에 어깨통증까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환절기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두통까지 겹쳐 생활 자체가 고통스럽다. 지긋지긋한 코 막힘은 10년 넘게 그의 인생을 따라다니고 있다.

○ 수면무호흡증으로 성인병까지

코는 폐로 들어가는 공기의 정화장치다. 약 1만3500L의 공기를 매일 정화해 폐로 보낸다. 코가 막히면 뇌에 산소공급이 현저히 저하된다. 자연스레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이 때문에 코 막힘 증상을 앓는 직장인은 업무 처리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코 막힘은 만성두통도 야기한다. 만성두통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 즐거워도 잘 웃질 않게 되고, 사소한 일로도 짜증을 낸다. 코가 막힌 사람들은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냄새를 잘 맡을 수 없으면 미각마저 떨어지므로 음식 맛을 100% 즐길 수 없다. 막힌 코가 먹는 즐거움마저 빼앗아가는 셈이다.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되므로 위턱뼈의 발육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심하면 아래턱이 앞으로 튀어나와 일명 ‘주걱턱’이 될 가능성도 있다. 턱이 앞으로 돌출되면 인상까지 달라진다.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고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코 막힘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숙면이 힘들다는 점이다. 시끄럽게 코를 고는 것은 기본이고, 수면무호흡증까지 생긴다.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만성피로는 물론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나 당뇨, 간 기능 이상 같은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 코 질환의 주범, 비중격만곡증

과거에는 코가 막히면 일단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을 의심했다. 휘어진 코가 코 막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짝 삐뚤어진 코 모양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중격만곡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중격만곡증은 콧속을 좌우로 분리하는 칸막이 뼈인 비중격이 휜 증세를 일컫는 말.

비중격이 휘어져 있으면 숨을 쉴 때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코 막힘은 물론 축농증, 비후성비염,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여러 가지 코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 심지어는 귓속 질병인 중이염, 이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중격만곡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선천적인 요인. 엄마 배 속에서 태아가 발육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긴 경우다. 그 다음은 후천적 요인. 엄마의 자궁에서 아기가 빠져나올 때 코가 눌리거나, 자라면서 과격한 운동이나 싸움, 교통사고 등으로 코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 코뼈가 휘어진다.

○ 수술 후 바로 일상생활 가능

비중격만곡증으로 코 막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약물로는 근원적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비중격만곡증 수술’은 칸막이 뼈라 불리는 비중격을 바로 잡는 수술. 코 안에서 수술이 이뤄져 흉터가 남지 않는다.

수술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수술 전에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를 통해 부비동염이나 알레르기비염, 물혹 등 다른 코 질환 유무를 체크한다. 수술시간은 30분 안팎이며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수술 후 하루 이틀은 지혈 솜으로 코를 막아야 하므로 숨 쉬기가 곤란하지만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큰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수술 후 일주일이면 코로 시원하게 숨을 쉴 수 있다.

코 수술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은 “종류가 다양한 코뼈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며 “따라서 한 군데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적인 치료와 교정을 받아야 만족할 만한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우리 아이 다친 코 그대로 방치하지 마세요▼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이현자(45) 주부. 이 씨는 요즘 들어 부쩍 코 막힘을 호소하는 아들과 함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의 코 막힘은 어릴 때 다친 코를 제때 치료해주지 않아서 생겼다는 것이다.

이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코를 다친 때를 기억했다. 당시엔 출혈도 없고 부기도 심하지 않아 그냥 놔뒀는데 결국 이런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의사는 코 막힘 증상이 있는 아이는 대부분 호흡곤란으로 인한 두통, 수면장애 등을 함께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그동안 아이가 두통을 호소할 때마다 꾀병이라 여기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하다고 아이를 꾸짖기만 했던 것이 내심 미안해졌다.

코는 얼굴에서 가장 돌출된 신체기관. 그만큼 외상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코뼈는 매우 연약해서 작은 외부 충격으로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아이가 놀다가 코를 다치는 일을 한번쯤은 겪는다. 이때 아이가 크게 통증을 호소하지 않거나 외견상 코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방치해버리기 십상이다. 외부 충격을 받은 코뼈는 그대로 두면 대부분 자라면서 변형된다. 코가 휘어지거나 콧등이 솟는 매부리코가 되기도 한다. 코가 휘는 외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능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코가 휘면 내부 연골인 비중격이 휘어져 코로 호흡하는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비중격이 휘어지는 ‘비중격만곡증’은 단순히 호흡의 불편함만 가져오지 않는다. 호흡곤란은 두통,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결국 아이가 코를 다쳤을 때는 응급처치를 빨리 해줘야 한다. 외상으로 부기가 심하면 우선 얼음찜질로 부기를 뺀다. 코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함부로 코를 만지는 행위도 금물. 이미 충격이 가해진 코에 또다시 충격을 줘 코가 더 휘어질 수 있다. 부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X선 촬영으로 뼈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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