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술 한류’ 美베벌리힐스에도 태극기 꽂다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국내 병원 중-몽골 등 잇단 진출 쾌거

LA번화가엔 피부 클리닉 개점

“토털스킨케어 원더풀” 현지 호평

한민족의 의술이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이웃 나라에서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병원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몽골과 베트남 등 의료 기술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아시아 국가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부촌 베벌리힐스까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중국에 13개, 미국에 8개, 베트남에 4개, 몽골에 5개 등 모두 30개 병원이 4개국에 태극기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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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뷰티의 중심지 베벌리힐스에 진출하다

“나오미 캠벨 씨, 이쪽으로 따라 오십시오.”(상담실장)

“패리스 힐튼 씨, 피부가 건조해지셨네요. ‘C6 레이저 토닝’ 치료를 받아야겠습니다.”(의사)

가상 상황이다. 이런 대화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진출하는 한국의 스킨케어 전문병원 ‘고운세상 피부과’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고운세상 피부과는 6월 초 ‘G메디컬스킨케어(The G Laser & Medical Skincare)’를 연다. 베벌리힐스 중에서도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가장 많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로버슨 거리와 윌셔 거리 교차로에 한국 피부과 병원이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고운세상 피부과 안건영 원장은 “베벌리힐스에서 성공하게 되면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의료시장에 진출한 굳건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고운세상 피부과는 베벌리힐스 진출에 앞서 치밀한 시장조사와 사전준비를 했다. 2006년 7월부터 호텔신라에 마련된 고운세상 피부과 네트워크 병원에서 미국인 등 수백 명의 외국인을 치료한 경험이 이번 진출에 도움이 됐다. 또 미국 시카고에서 다수의 인종과 민족을 상대로 ‘메디컬 스킨케어’ 서비스를 지난 1년간 시범 실시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의사를 고용했다. 미국 최고의 의료컨설팅 회사 ‘메디스타’에 의뢰해 홈페이지, 인테리어, 시설, 치료시술, 서비스 등에 대한 종합컨설팅을 받았다. 그 결과 미국 현지 피부과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피부과는 주로 피부질환 치료 위주여서 피부 치료 후 진정 팩을 해주는 정도다. 한국처럼 스킨케어 서비스는 활발하지 않다. 안 원장은 “피부질환 치료를 하면서 클렌징부터 얼굴마사지까지 함께 해주는 ‘한국식 토털스킨케어 서비스’는 미국시장에는 없는 새로운 ‘블루 오션’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수년 내에 미국 내 네트워크 병원 10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 타고 병원도 중국 진출

국내 병원으로 해외에 진출한 첫 케이스는 1994년 몽골 정부의 요청에 의해 울란바토르에 세워진 ‘연세친선병원’이다.

다음 단추는 1년 뒤 차병원이 채웠다. 2005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LA할리우드장로병원’을 인수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600여 명의 의료진과 1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병원은 지난해 2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고 한다. 실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2000년 중국 의료시장이 개방되면서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병원들이 중국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해 국내 성형외과로는 처음으로 ‘SK성형외과’가 다롄(大連)에 ‘SK클리닉차이나 의원’을 설립했다. 2006년에는 베이징(北京)에도 진출했다.

이어 마리아병원 등 4개 병원이 선양(瀋陽)에 ‘한중합작병원’을 세웠고, 최초의 한중 합작 병원인 ‘SK아이캉(愛康)병원’ 등이 상하이(上海), 선전(深(수,천)), 칭다오(靑島) 등 중국 각지에서 의료기술을 펼치고 있다.

○환자 찾아 해외로!

국내 병원들이 잇따라 해외로 진출하게 된 기반은 한국 의료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다. 특히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등의 진료과목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진료과목의 경우 2000년 이후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각종 규제에 묶여 의료인들이 투자와 의료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한국의 의료시장 구조도 국내 병원들의 해외 진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미국 등은 병원도 기업처럼 투자자금 유치나 인수합병 같은 경영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의료시장도 해외 진출의 한 원인이다. 한정된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제살 깎아먹기’ 상황에 접어든 점도 있다.

○해외 진출 성공의 열쇠는 현지화

해외로 진출한 한국 병원들이 모두 현지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 진출할 당시에는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돌리면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가도 손해만 보고 현지에서 조용히 철수한 병원들도 적지 않다.

2004년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연 한 성형외과는 1년 만에 꿈을 접어야 했다. 각종 인허가에 대한 법률상식,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그 원인으로 파악됐다.

현지인 환자들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병원도 있다. 통역인이 중간에서 현지인과 짜고 현지 언어를 잘 모르는 한국 의사들을 속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의사가 현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명의를 빌려준 현지인들이 병원은 물론 비싼 돈 주고 마련한 의료장비를 “내 것”이라고 우기면 뾰족한 대안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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