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오보 늘어난 이유는 기능 검증 안된 장비 구입 탓”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기상청이 부실한 장비를 구입해 기상관측을 실시하면서 기상 오보율이 급증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GPS라디오존데’라는 이 장비는 대기 상층의 일기 상황을 관측해 슈퍼컴퓨터의 예보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중요한 관측기구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기상청을 대상으로 결산 감사를 실시한 결과 기상청이 검증되지 않은 GPS라디오존데를 구입한 것을 적발하고 이를 구매한 관련자 3명을 징계할 것을 기상청장에게 요구했다고 1일 밝혔다.

감사원은 또 부실장비 납품업체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입찰 참가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기상청이 GPS라디오존데를 구매할 때는 세계기상기구(WMO) 실험결과에 적합한 것으로 인정받거나 자체실험을 해야 한다. 자체실험을 할 때에도 WMO 기준인 40∼60회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기상청은 2006년 구매를 결정하고 겨우 13차례만 관측 실험을 실시했다. 비 오는 날에는 실험조차 하지 않았다.

또 이 실험에 참여했던 국내 업체 A사가 자사의 다른 모델을 마치 실험했던 모델인 것처럼 속여 입찰제안서를 냈는데도 검토 작업 없이 이 모델 4000대를 총 11억4129만 원에 구입했다. 이 모델은 WMO 성능 인증도 받지 않았다.

‘성능 미달’ 제품이 수집한 기초 데이터는 그대로 기상청의 값비싼 슈퍼컴퓨터의 분석 자료로 제공됐다.

감사원은 “성능 미달 장비가 기상청에 납품됨에 따라 부실관측 현상이 2006년 4∼12월 147회에서 2007년 같은 기간 352회로 급증했다”며 “이로 인해 기상 오보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이종호 대변인은 “일기예보는 지상관측, 고층관측, 해양관측, 위성·레이더관측 등 종합적 관측을 통해 나온다. 고층 기상관측 장비의 일부 성능이 미달한 것이 오보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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