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사춘기-미혼여성도 편안하게 산부인과 상담하세요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성인이 되지 않은 여학생과 미혼 여성은 잘못 알고 있는 성지식이나 왜곡된 정보 때문에 신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이 한참 진행된 후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이들이 병원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시선 때문이다. “벌써부터 산부인과를 드나드느냐” “비뇨기과에 왜 여자아이가 가느냐”며 신경 쓰이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에서 미성년·미혼 여성을 위한 전문클리닉을 개설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전문 산부인과가 왜 필요한지, 각 병원별 특징은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잇따라 클리닉 열어

○ “수줍어 말고 상담하세요”

불법 낙태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일부 여학생과 미혼 여성은 산부인과를 피해야 할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 나이가 어린 여성일수록 산부인과 질환이 나타나면 ‘몹쓸 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하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 산부인과를 찾아가는 청소년의 대부분이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다. 강병문 서울아산병원 미성년&미혼여성클리닉 교수는 “초음파 검사나 진찰을 해야 할 경우 청소년 5명 중 4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고, 1명은 울면서 진료 거부 의사를 밝힌다”고 말했다.

최두석 삼성서울병원 사춘기·미혼여성클리닉 교수는 “사춘기 여자아이나 미혼 여성도 산부인과 진료를 내과, 외과 진료를 받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미성년(미혼 여성) 클리닉’을 찾는 환자 중에는 무월경 증상이 가장 많다. 서울아산병원 조사 결과 무월경(42.2%), 기능성 자궁출혈(13.7%), 난소종양(12.6%), 외음부 질염(11.6%) 순이었다.

○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목요일 오후 이용 가능

서울아산병원은 산부인과 내에 ‘미성년&미혼여성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에게 성발달 장애가 나타나면 전담 교수를 지정하거나 산부인과 교수, 비뇨기과 교수와 협진을 통해 안전한 임신과 출산에 이를 때까지 관리해 주는 것이 장점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5시에 이용 가능하다. 02-3010-3612

삼성서울병원은 1995년 2월 ‘사춘기·미혼여성클리닉’을 개설했다. 클리닉 이름 그대로 결혼하기 전까지의 미혼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매년 200여 명의 환자가 이용하고 있다. 이 클리닉은 환자들이 마음 편히 출입할 수 있도록 전용 출입통로를 따로 만들어 놨다. 일주일에 1회 운영하며 매주 목요일 오후 1∼4시에 이용할 수 있다. 02-3410-2247

○ 여성 전문병원도 전문클리닉 운영

이른바 ‘여성 전문’으로 불리는 병원들도 미혼여성을 위한 전문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차병원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녀들의 산부인과’를 인터넷(teenchacares.com)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및 전화 상담이 가능하고 진료가 필요하면 즉시 예약이 가능하다. 의사에게 쉽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여성 전문의가 응대하도록 하고 있다. 성과 관련된 예민한 질문이라도 즉각 전문의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02-3468-3028

제일병원의 ‘미혼여성 클리닉’은 송인옥 산부인과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클리닉이 운영되며 기혼 여성이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혼 여성이 없는 시간을 이용하고 싶다면 수요일 오전 8시∼ 낮 12시가 좋다. 이 때는 기혼여성 환자는 받지 않는다. 02-2000-7546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뚱뚱한 우리 딸아이 혹시 무월경?▼

생리통… 출혈… 미성년도 예외없는 산부인과 질환

미성년 여자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산부인과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또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야 할까.

성인이 되지 않은 여성은 여성관련 질환의 증상이 나타나면 감추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두려움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 특히 어머니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무월경=청소년기 월경 장애는 생식기관을 포함한 다른 기관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징후다. 그러나 엄마의 무관심으로 늦게 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별 이상이 없는데 지나치게 걱정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16세까지 초경을 시작하지 않은 1차성 무월경 △초경 후에 6개월 간 월경을 하지 않는 2차성 무월경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비만이 원인이 돼 월경이 나타나지 않는 여학생도 적지 않다. 따라서 병원에 가면 일단 비만도를 체크한다. 또 여드름, 다모증 등이 무월경과 관련이 있는지 신체검사를 하며 초음파나 호르몬 검사를 통해 또 다른 원인을 찾는다.

▽비정상적 자궁 출혈=사춘기에 비교적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러나 피가 보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겁부터 먹는다.

출혈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상황을 더 지켜본다. 그러나 빈혈이 생길 정도라면 곧바로 클리닉을 찾도록 한다. 병원에서는 일정기간 호르몬 치료가 이뤄진다.

혈액응고 장애, 생식기 감염 등 원인을 알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게 되는데, 대부분 무배란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생리통=사춘기 여성의 52%가 생리통을 느낀다. 이 가운데 10%는 매달 1∼3일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과 무력감을 호소한다.

생리통은 보통 월경이 시작되기 전이나 시작된 후 몇 시간 이내에 발생한다. 1, 2일간 통증이 지속되지만 72시간을 넘어서는 법은 거의 없다.

생리통이 심하다면 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내막증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무턱대고 참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질내 감염=어린아이가 무슨 감염이냐고 한다면 모르는 소리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아이들은 질 내부가 튼튼하지 않아 감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감기와 같은 호흡기 감염이 있을 때 질내 감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취학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가 질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의 속옷에 분비물이 묻어있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즉각 병원을 찾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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