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세 iptv 빈약한 볼거리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인터넷TV(IPTV)는 원하는 시간에 최신 영화나 드라마 등을 고화질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의 부재와 콘텐츠 이용료 체계의 미정착 등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 제공 KT
인터넷TV(IPTV)는 원하는 시간에 최신 영화나 드라마 등을 고화질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의 부재와 콘텐츠 이용료 체계의 미정착 등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 제공 KT
콘텐츠 부실-방송 프로그램 유료화 장벽

쇼핑 등 쌍방향 서비스 강화로 활로 모색

“인터넷TV(IPTV) 좋더라. 주말에 ‘미드(미국 드라마)’ 한 시즌을 통째로 이어서 봤어.”

“글쎄…. 무료이던 MBC 프로그램이 (지난해 말) 유료화돼 해지할까 하는데….”

IPTV가 뉴미디어의 총아로 부각되면서 가입자는 늘고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IPTV는 전파나 케이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 TV 서비스.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봐야 하는 지상파나 케이블TV와 달리 IPTV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선택한다. IPTV는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KT의 ‘메가TV’, LG데이콤의 ‘myLGtv’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IPTV 서비스는 지난해 말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사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아직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지상파TV 콘텐츠의 유료화나 화면 끊김 현상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콘텐츠 부족 등 서비스 불만

IPTV 업계는 최신 영화나 미드 등의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미드 마니아들은 드라마 전편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IPTV를 선호한다.

그러나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드족(族)’을 자처하는 회사원 정제호(31) 씨는 “인터넷에서 미드를 받아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큼직한 TV로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IPTV를 신청했으나 최신작이 많지 않은 데다 볼 만한 프로그램은 기본료 외에 편당 500∼1000원의 추가 요금을 내고 봐야 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해 컴퓨터로 내려받은 동영상은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다. 하지만 IPTV 콘텐츠는 요금을 내도 일정 기간만 볼 수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의 유료화 추세도 IPTV에는 악재다. IPTV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고 12∼24시간 뒤 무료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MBC는 프로그램 1편에 500원의 이용료를 받으며 무료로 보려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KT 관계자는 “하반기에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둘러싸고 해당 방송사와 어떻게 협상을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SK로 최근 합병된 하나로텔레콤의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IPTV를 보다가 끊김 현상이 발생하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수 있지만 차차 설비를 확충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격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에 가능

국내 IPTV 시장은 선발주자 하나TV를 메가TV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IPTV 업계는 콘텐츠를 꾸준히 늘리는 한편 쇼핑 등 쌍방향 부가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부가 서비스가 케이블TV와 차별화할 수 있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PTV의 가장 큰 특성인 쌍방향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을 클릭해서 구입하는 실시간 쇼핑 서비스 등은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준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지금은 온전한 IPTV 서비스가 아니라 TV를 매개로 한 VOD에 불과한 실정이지만 앞으로 개별 고객 서비스로 차별화할 수 있는 IPTV가 케이블TV 업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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