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약 너무 권한다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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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의원 1건당 약품목 4.06개 처방

美-獨의 2배 넘어… 6개이상 처방도 18%

국내 병·의원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평균 4개 이상의 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독일 등 의료선진국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007년 2분기(4∼6월) 의료기관의 처방전 건당 약 품목을 조사한 결과 의사가 건당 평균 4.06개의 약을 처방했다고 21일 밝혔다.

▽선진국의 두 배 이상 많아=처방전 건당 약 품목은 2006년 2분기 4.17개였던 것에서 약간 줄었다. 대형대학병원(종합전문병원)만 유일하게 3.28개에서 3.30개로 소폭 늘었으며 나머지 의료기관에서는 모두 줄었다.

의료기관별로 볼 때 2006년, 2007년 2분기 모두 의원급에서 처방되는 약 품목이 가장 많았다. 2007년 의원의 약 품목은 4.16개로, 대형대학병원(3.30개)보다 0.86개가 더 많이 처방됐다.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일수록 처방되는 약의 개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별 비교가 가능한 2005년을 기준으로 국내 의원의 처방 건당 약 품목은 4.25개로 미국(1.97개), 독일(1.98개) 등 이른바 의료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호주(2.16개), 스페인(2.2개), 스위스(2.25개), 일본(3.00개), 영국(3.83개), 프랑스(4.02개) 등에 비해서도 높았다.

▽호흡기계 질환이 가장 많은 약 처방=이번 조사에서 근육통 등 근골격계 질환과 감기 등 호흡기계 질환의 처방 건당 약 품목을 비교한 결과 호흡기계 질환이 4.78개로 근골격계 질환(3.80개)보다 높게 나타났다.

호흡기계 질환 중에서 특히 폐렴, 기관지염 등 이른바 ‘하기도 감염’일 때 처방되는 약의 개수가 많았다. 의원급의 경우 급성 하기도 감염과 만성 하기도 질환은 처방 약 품목이 각각 5.10개와 5.33개로, 처방되는 약 품목이 가장 많은 질병으로 기록됐다.

▽6건 이상 동시처방도 많아=이번 분석 결과 처방전 5장 중 1장은 6개 이상의 약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 건당 6개 이상의 약을 처방한 비율은 2006년 20.20%에서 2007년 18.08%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의료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은 약 권하는 나라’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면서 “가벼운 호흡기계 질환에도 여러 가지 약을 처방받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심평원은 “처방 약 품목이 많을 경우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약제비도 많아지기 때문에 과도한 약 사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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