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아토피가 싹…” 엄마들 ‘입소문’ 명소

  • 입력 2008년 1월 16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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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피아
해여림 식물원
해여림 식물원
편백 휴양림
편백 휴양림

주부 김혜수씨(38·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약 2개월 전 부터 주말마다 인천 영종도의 한 해양 암반심층수 온천을 찾는다.

김씨는 이곳의 '심층수탕'에서 딸(8)을 2시간여 동안 마음껏 물장난치고 놀게 해준다.

일요일인 13일에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딸을 깨워 남편과 함께 온천욕을 한 뒤 오랜만에 인사차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시댁으로 갔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딸은 달려가 할머니(65)품에 안겼는데….

3개월여 만에 손녀를 안아 본 시어머니(65)의 첫마디는 이랬다.

"아니, 우리 지영이 목과 팔에 껄껄하던 게 많이 나아졌네? 요즘 로션 바꿨니?"

아토피로 인해 각질이 늘 일어나 있던 지영의 목과 팔의 증상이 제법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사실 김씨가 그 해양 암반심층수 온천을 열심히 다닌 것도 다 딸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과학적인 근거도 없고, 의사가 권한 것도 아니었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아토피에 좋다'고 입소문이 나 나들이 겸 겸사겸사 다녔다"는 김씨는 "딸 증상이 나아진 게 온천 때문인지는 증명할 방법은 없으나 일단 상태가 좋아지고 있으니 당분간 더 다녀보겠다"고 말한다.

●입소문 타는 '아토피에 좋다는 곳'

이처럼 주부들 사이에서 "자녀 아토피에 좋다"고 소문난 곳이 있다. 김씨 얘기대로 과학적 근거도 없고, "꼭 그곳에 갔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큰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오로지 입소문의 힘으로 '아토피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어린이 아토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렇다할 치료법이 없어 고민하는 부모들은 이 같은 입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아들(9)의 팔과 다리에 아토피 증상이 있다는 주부 최수정 씨(37·서울 마포구 도화동)도 "아들의 아토피 증상이 호전되는 것 같아 산림욕을 즐기는데, 그 장소 역시 아들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들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이처럼 아토피에 좋다고 소문난 명소는 인천 영종도 해수피아, 경남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과 경기 여주 해여림식물원 등.

●"목욕탕 물로 화장품 제작"

2000년 문을 연 인천 영종도 해수피아는 겉에서 보기엔 그저 큰 대중목욕탕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목욕물로 사용하는 물은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해양암반 심층수.

해수피아 측에 따르면 "해양암반 심층수에는 피부조직을 보호하고, 재생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온화된 칼슘, 마그네슘, 망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다"며 "가볍게 온천수로 온몸을 적신 후 비누로 살짝만 문질러주기만 해도 피부가 매끄러워 진다"고 설명했다.

해수피아 관계자는 "개장 초기에는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주로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하지 않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녀를 데리고 오는 엄마 아빠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외로 아토피에 효과를 봤다는 고객이 늘자 해수피아는 아예 목욕탕 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까지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편백나무가 아토피 쫓아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에 위치한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도 아토피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곳이다.

항균, 면역, 스트레스 이완 효과가 뛰어나다는 편백나무가 최근에는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족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늘고 있는 것.

이곳 주변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보리암의 쌍홍문, 장군암, 상주해수욕장, 남해대교 등이 있다.

또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 앞바다가 가깝고 충렬사 등 유적이 많아 아토피 증세 호전과 관광, 역사 교육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입소문의 내용이다.

해맞이 축제, 튤립 축제, 마늘축제, 사천항공우주엑스포 등의 다양한 지자체 행사도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서울에서 약 380㎞ 떨어져 있어 당일 여행은 다소 부담스럽다.

●"아토피도 다스리고 자연학습도 하고"

수도권에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는 경기 여주군 산북면의 '해여림 식물원'이 뜨고 있다.

이곳은 원래 다양한 꽃과 울창한 나무숲 산책로에서 산림욕을 즐기며 식물생태를 학습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피톤치드, 테르펜, 음이온 등 식물이 뿜어내는 각종 성분이 아토피 질환을 호전 시킨다는 소문이 나면서 어린이 방문객이 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식물 농장'에서는 자녀들이 원추리, 용머리, 산수국 등 야생화를 직접 캐 화분에 옮겨 심을 수도 있게 해 놨다.

'허브 체험장'에서는 식물원에서 재배한 페퍼민트, 제라늄, 로즈마리 등으로 비누와 차를 만들 수도 있다.

아들(9)이 아토피 증세가 있다는 주부 윤현주(36·부천시 범박동)씨는 "이 밖에도 강화도 '쓴물 목욕탕' 등 아토피에 좋다고 소문난 곳은 대부분 다 다녀보고 있다"며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들 증세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어 '입소문'이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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