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들기’ 송년회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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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셉트 송년회’를 즐기는 사람들

송년회가 ‘진화’하고 있다.

아침 해가 밝아오도록 폭탄주가 난무하는 송년회를 ‘구석기시대 유물’ 보듯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폭탄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런 개성 없이 그냥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드는 송년회에 참석했다면 당신은 이미 유행에 한참 뒤진 사람이다. ‘첨단 송년회’라면 무엇보다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요즘 많은 기업과 모임은 한 해가 가는 안타까움과 새해를 맞는 설렘을 자신들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송년회를 통해 발산한다.

○ 최고로 차려입고 ‘오늘은 내가 스타’

전 직원이 여성인 홍보대행사 PR게이트는 11월 말 일찌감치 송년회를 끝냈다. 금요일 오후 7시경 전 직원이 서울 강남의 최고급 사진 스튜디오에 모였다. 모두 이날을 위해 마련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미리 미용실에 들러 평소 하지 않던 과감한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뒤였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사진 촬영. 다들 평소 숨겨 놓은 끼를 발휘하며 전문 모델급 포즈를 취하느라 바쁘다. 사진은 자신이 직접 제작하는 크리스마스카드의 표지로 쓰인다. 직원들은 자신의 ‘최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뿌듯해한다. 2차 행선지인 최고급 뷔페로 가서 본격적인 송년파티를 한다.

파티와 함께 진행된 게임에서 사장과 평직원은 모두 똑같은 위치에서 상벌을 받는다. 직원들은 모처럼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최서연 팀장은 “홍보 업무를 하다 보니 늘 주변인의 느낌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스타 부럽지 않다”며 미소를 지었다.

○ 타임캡슐 열어 보며 새해 포부 다지고

대학시절 같은 교양수업을 들은 것이 인연이 돼 10여 년간 만나온 ‘문정모임’은 27일 ‘타임캡슐 송년회’를 한다.

송년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미 이들은 지난해 말 송년회에서 ‘2007년 계획’을 적어 자신이 만든 타임캡슐에 넣었다. 첫째, 타임캡슐을 열고 1년 동안 계획이 얼마나 성사됐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참석하지 않은 회원의 타임캡슐은 모두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참석률은 100%.

둘째, 새해 다짐을 정하는 자리다. 이들은 ‘2008년 계획’을 적어 캡슐에 봉한다. 회원인 김지영 씨는 “타임캡슐을 만들어 놓으면 1년 내내 새해 다짐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기부하고 봉사하고 ‘마음까지 따뜻’

다국적 제약사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7일 저녁 서울의 한 고급 호텔에서 송년회를 했다. 귀족 느낌이 난다고? 그렇지 않다. 직원들은 자기 돈을 내고 1000원, 3000원짜리 ‘희망 코인’을 샀다. 이 돈으로 행사장 내에서 타로 점(占)을 보고 마술쇼도 관람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수익금은 암 환자의 가족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최수연 과장은 “놀이도 하고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며 “작은 정성이지만 암 환자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뜻 깊은 송년회였다”고 말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카메라 기업답게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 주는 봉사활동 송년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서울 성동구의 한 노인요양센터를 방문해 영정사진을 찍은 후 다과회를 했다. 어윤석 이사는 “원래 다른 시기에 하던 행사를 올해는 송년회로 대체했는데 직원과 노인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 스파에서 스키장서 신나게

화장품업체 나드리의 마케팅팀은 ‘피로 풀기’가 송년회 콘셉트다. 이 팀은 스파에서 송년회를 열고 단체 마사지를 받을 예정이다. 온라인게임 기업 CJ인터넷의 콘셉트는 ‘젊음’이다. 이 기업은 21일 서울 홍익대 근처의 유명 클럽에서 전 임직원이 모여 송년회를 했다. 무선인터넷솔루션 기업 인포뱅크는 ‘레저’를 콘셉트로 삼아 전 직원이 스키장에서 스키대회를 열 예정이다.

올해 송년회를 모두 끝냈다면 어쩔 수 없다. 후회해 봐야 속만 아프다. 그러나 올해가 끝나려면 보름 이상 남았다. 아직 송년회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회사, 우리 모임이 모두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콘셉트’ 개발에 매진해 보자.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그래도 술을 피할 수 없다면…

■ 몸 덜 상하는 음주법

아직 ‘진화하는 송년회’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다. 간밤의 ‘음주 전투’로 다음 날 쓰린 속을 부둥켜안고 출근길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송년회 과음은 피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나 ‘부어라, 마셔라’형 송년회에 참석해야 한다면 몸이 덜 상하는 음주법을 익혀 두는 게 좋다.

우선 송년회 간격을 잘 배치해야 한다. 술은 하루 걸러 두 번 마시는 것보다 이틀 집중적으로 먹고 사흘 쉬는 것이 간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하루 쉬었다고 간이 ‘쌩쌩’해졌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술을 마시기 전에 식사는 필수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 속도는 2배 정도 빨라진다. 기왕이면 탄수화물(포도당) 음식을 많이 먹어 두자. 술을 분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를 했으면 물을 가능한 한 많이 마시자. 음주량이 많아서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짙어져서 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물을 많이 마셔 두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묽게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 틈틈이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덜 취하는 비결이다.

의사들은 대체로 다음 날 숙취 해소를 ‘보장’하는 기능성 음료의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는 각각 서로 다른 첨가물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다음 날 숙취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이 두 종류의 술이 섞이면 알코올 도수는 13∼17도가 된다. 위장과 소장에서 가장 흡수가 잘되는 농도다.

이뿐만 아니라 맥주에 포함돼 있는 탄산가스가 알코올 흡수를 더욱 촉진시킨다. 또 폭탄주는 ‘원 샷’이 아닌가. 이래저래 폭탄주는 ‘독극물’이다.

맛있다고 샴페인을 여러 잔 마시면 다음 날 십중팔구 더 고생한다. 탄산가스 때문이다. 술에 콜라나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것도 폭탄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가급적 말을 많이 하자. 노래방이라면 죽어라 노래를 부르자. 알코올의 10%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는 속도를 내지 말고 천천히 하는 게 좋다. 말을 빨리 할수록 뇌세포에 이르는 알코올의 양도 늘어난다. 천천히 말하면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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