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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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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에 비상상황이 발생한다. 핵연료를 수시로 교체해야 하는 중수로형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들어 있는 압력관을 열고 핵연료를 교체하는 장비(핵연료 교환기)가 작동을 멈춘 것. 380개 중에서 가장 높게 위치한 이 압력관은 지상에서 9.5m나 떨어져 있다.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다면 하루에 10억 원의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이때 소형자동차만 한 로봇이 출동한다. 마스트를 쭉쭉 뻗어 9.5m 높이에서 마스트 끝에 달린 로봇팔을 이용해 원자로의 압력관에서 떨어지지 않던 핵연료 교환기를 분리시킨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로봇랩에서 4년간의 연구 끝에 10월 초 개발을 마친 ‘중수로 핵연료 교환기 비상구동 이동로봇’(사진)이 활약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본 내용이다. 요즘 우주공간이나 심해처럼 고온, 고압의 극한 환경에서 활약하는 로봇이 처음 쓰인 분야는 사실 원자력 분야다. 1947년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핵물질을 다루기 위해 원격제어 로봇팔을 이용한 것.
최근에도 ‘똑똑한 로봇’이 방사능 수치가 높아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원자로 근처에서 활약하고 있다. 통로가 좁아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원자로 하부를 검사해 부식된 곳을 찾아내는 일은 물론이고 원자로에 연결된 각종 배관을 타고 다니며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특히 중수로의 일부 배관은 중수(重水)가 빠르게 지나가 구부러진 부분에서 마모가 생기는데, 로봇이 배관을 타고 다니면서 초음파 센서로 배관 두께가 얼마나 얇아졌는지를 측정해 배관의 안전성을 검사한다.
정승호 원자력로봇랩장은 “중수로 핵연료 교환기 비상구동 이동로봇뿐 아니라 경수로형 원자로 하부 검사로봇, 증기발생기 전열관 검사로봇 등을 국산화했다”며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거나 사람을 찾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화재현장에서 열기가 강해 소방관이 접근할 수 없을 때 가까이 가 물을 내뿜는 로봇, 지하에서 불이 나면 계단을 내려가 연기를 뚫고 사람을 찾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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