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에 없어선 안될 동물상대 독성시험 외국의 절반 값에 OK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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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과 의약품 개발이 증가하면서 이들 물질이 동물이나 사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독성시험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개와 쥐 원숭이뿐 아니라 꿀벌 미꾸라지 지렁이 물벼룩까지, 독성시험에 쓰이는 실험동물은 다양하다. 사진 제공 안전성평가연구소
식품과 의약품 개발이 증가하면서 이들 물질이 동물이나 사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독성시험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개와 쥐 원숭이뿐 아니라 꿀벌 미꾸라지 지렁이 물벼룩까지, 독성시험에 쓰이는 실험동물은 다양하다. 사진 제공 안전성평가연구소
태어난 지 5주 된 쥐. 몸길이가 10cm가 채 안 된다. 앙증맞은 입을 조심스럽게 벌리고 아프지 않게 튜브를 위까지 살짝 밀어 넣었다. 고난도 기술이다. 녹여서 액체 상태로 만든 약물을 튜브에 서서히 주입했다. 성공이다.

매일 이렇게 약물을 먹은 쥐는 2년 뒤 수명을 다하고 죽었다. 병리학자들이 모여 쥐를 해부해 장기와 조직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종양은 생기지 않았다.

○ 국내 기술로 독성시험 마친 첫 신약 눈앞

쥐에게 투여한 약물은 국산 발기부전 치료제.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차신우 박사팀은 최근 이 약의 발암성시험을 마쳤다. 결과 보고서를 곧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상섭 소장은 “보고서가 통과되면 이 약은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중 최초로 국내 기술로 독성시험(전 임상시험)을 완전히 마친 약이 된다”고 밝혔다.

약을 먹은 실험동물에게 암이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발암성시험은 여러 독성시험 가운데 마지막 단계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전자치료제는 화학물질이 아닌 유전자를 몸 안에 넣기 때문에 특별한 독성시험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경우 투입한 유전자로 인해 돌연변이가 생기면 엉뚱한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단백질 때문에 면역세포가 정상 단백질을 공격하게 되면 다른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또 유전자치료제가 생식계통에 남아 있다가 다음 세대에 전해져 질병을 일으킬 개연성도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고우석 박사팀은 쥐 뒷다리 근육에 국산 유전자치료제를 몇 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이나 몇 mg 정도로 소량 투여한 다음 이 같은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독성시험 결과는 지난해 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 건당 10억 원에 이르는 발암성시험 등 외국 제약사도 의뢰

신약 개발은 크게 네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약물을 만들고 약효를 확인한다. 세 번째가 바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독성시험. 약물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평가한다.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은 그 다음이다.

지금까지 국내 대부분의 제약회사나 생명공학기업은 신약을 개발할 때 코밴스, 퀸타일스, MDS, HLS 등 외국 기관이나 업체에 독성시험을 맡겨 왔다. 실험동물을 대규모로 다루거나 전문적인 시험을 수행할 장비 기술 인력 경험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정부지원 독성시험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에 최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듀폰, ISIS 등 외국의 제약회사나 화학회사, 벤처기업이 앞 다퉈 독성시험을 의뢰하고 있다. 연구소가 갖춘 고급인력과 첨단장비 덕분이다. 연구소는 정부출연기관으로서 드물게 올 상반기(1∼6월)에 매출 115억 원을 올렸다.

특히 발암성시험 의뢰가 늘었다. 발암성시험은 독성시험의 하이라이트다. 숙련된 연구자가 아니면 동물의 고통을 줄이면서 정확히 동일한 양의 약물을 매일 같은 시간에 투여하고, 최소 40개 장기의 미세한 병리학적 변화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3년 이상 걸리는 데다 한 건에 많게는 10억 원이 든다.

한상섭 소장은 “국내 기업이 독성시험을 외국에 맡기지 않고 우리에게 의뢰하면 비용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도 쌓이고 외화도 절감되니 일석이조다.

○ 쥐, 원숭이에 꿀벌, 지렁이, 물벼룩도 대상

실험동물 하면 보통 쥐 토끼 개 원숭이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는 꿀벌 송사리 지렁이 미꾸라지, 심지어 물벼룩도 사용한다. 농약이나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연구소는 전북 정읍 분소에 국내 최초로 흡입독성시험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매연이나 농약, 담배 등 코나 피부로 들어오는 기체 상태 화학물질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첨단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제약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독성시험 기술의 경쟁력을 갖추면 FTA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독성시험 건수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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