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나의 사랑 O₂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코멘트
두 명의 여대생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다. 산소 부족으로 새명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될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

긴급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엘리베이터 문을 열자 한 명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씩씩하게 걸어 나온다.

한 손에는 산소 음료를 드고. 다른 여대생은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져 구조대원에게 힘겹게 묻는다.

“아저씨는 산소 없이 살 수 있어요?” 2000년 TV에 방영된 CF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숨을 쉬는 생물은 대부분 산소 없이는 살 수 없다. 지구상에 너무 흔한 존재인 산소는 물과 함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 요소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체내에 축적된 독소가 배출되지 않아 10일 이상 살기 어렵다. 산소는 30초 정도만 공급이 중지되면 뇌 세포가 파괴되며 2,3분이 지나면 뇌사가 시작된다. 또 공기 중 산소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생명체는 생존 위험에 빠진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온 산소는 입으로 섭취한 각종 영양소를 산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free radical)’가 발생한다.

적정한 양의 활성산소는 몸에 침입한 세균,바이러스 등을 없애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도한 활성산소는 노화를 촉진시키고,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활성산소는 사망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요인인 셈이다.

산소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상반되는 두 모습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산소 텐트’에서 잠을 잔 적이 있다.

척골(발등 뼈)을 다친 그를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뛰게 하기 위해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이 내린 조치였다.

이 텐트는 깨끗한 산소 공급으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해 부상에서 빨리 탈출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척골을 다쳤던 데이비드 베컴도 이 텐트의 덕을 봤다.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산소의 긍정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산소를 이용한 각종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공기청정기,산소정수기,산소음료,산소화장품….

국내 산소시장은 2000년 1000억 원대 규모였지만 매년 급성장해 지난해 7848억 규모가 됐다. 몇 년 안에 1조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색도 없고,맛도 없고,냄새도 없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

마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절대자’와 같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gn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