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안나는 수술 ‘꿈의 암 치료기’ 우리 곁에 성큼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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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에만 방사선이 들어가도록 해 정상조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양성자 치료기. 기계 값과 설치비용만 480억 원이 들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 사진 제공 국립암센터
암세포에만 방사선이 들어가도록 해 정상조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양성자 치료기. 기계 값과 설치비용만 480억 원이 들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 사진 제공 국립암센터
로봇 팔이 달린 사이버 나이프. 최근에는 위치추적 장치까지 부착돼 환자의 호흡에 따라 암 덩어리가 변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방사선을 쏘는 ‘4세대 사이버 나이프’까지 도입됐다. 사진 제공 건양대병원
로봇 팔이 달린 사이버 나이프. 최근에는 위치추적 장치까지 부착돼 환자의 호흡에 따라 암 덩어리가 변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방사선을 쏘는 ‘4세대 사이버 나이프’까지 도입됐다. 사진 제공 건양대병원

국내 최첨단 기기 현황
기기병원도입 시기
사이버나이프원자력병원2002년 6월
강남성모병원2004년 4월
건양대병원2007년 5월
우리들병원올해 말 도입 예정
양성자치료기국립암센터2007년 3월 19일
삼성서울병원검토 중
HIFU나이프여의도성모병원2006년 1월
성모자애병원2006년 7월
초음파
집적치료기
분당차병원2006년 10월
강남차병원2007년 6월
토모세러피성모자애병원2005년 11월
신촌세브란스병원2006년 4월
국립암센터2006년 10월
가톨릭대
빈센트병원
2007년 4월

《‘광선을 쏘아 암세포를 제거한다.

상처 부위에서는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봤던 치료 장면이 한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방사선이나 초음파를 이용해 암을 제거하는 ‘꿈의 암 치료기’가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도입한 양성자 치료기, 대전 건양대병원의 ‘4세대 사이버 나이프’, 초음파를 이용한 HIFU 나이프, 방사선을 이용한 토모 세러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기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종양 부위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수술시간이 짧고 당일 치료가 가능한 질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이 1000만 원 이상 든다는 게 단점이다.

또 모든 종류의 암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기기는 암 정복을 향한 현대 의학의 진보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보여 주는 지표이다.

국내에 도입된 첨단 암 치료 기기들을 소개한다.》

양성자 치료기…특정 부위 종양 생긴 폐암-간암 등 대상

양성자란 방사선의 일종으로 수소원자 핵(양성자)을 사용한다. 양성자를 원통형 가속 장치인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1초에 지구를 4.5바퀴 돌 수 있는 속도로 가속시켜 치료에 응용한다.

가속된 양성자는 몸속을 통과하면서 정상조직엔 별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 조직 부위에 도달해 방사선 에너지를 쏟고 곧바로 소멸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반면 암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파괴한다.

다른 장기 등으로 퍼지지 않은 상태로 특정 부위에 덩어리를 형성하는 폐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직장암, 두경부암, 안구종양, 전립샘암 등에 효과적이다. 특히 조기 폐암 및 간암, 전립샘암은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혈액암(백혈병, 림프종)에 속하는 암과 다른 부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전이 암 환자는 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1회 치료 시간은 20∼30분이며 20일간 매일 치료해야 한다. 치료 비용은 1500만∼2000만 원. 주로 초기 암에 많이 사용된다.

사이버 나이프…뇌종양-전립샘암 등 치료에 사용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치나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등을 통해 확인한 암세포의 위치와 모양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이 정보를 토대로 로봇 팔이 방사선을 쏘아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기다.

위치추적장치로 환자의 호흡에 따라 암 덩어리가 변하는 곳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방사선을 암 부위에 쏘는 ‘4세대 사이버 나이프’도 있다.

주로 뇌종양에 사용되며 고령이나 지병으로, 또는 위치상 수술이 힘든 폐암과 췌장암, 전립샘암 등에 효과적이다.

또 대장암에서 간이나 폐로 전이된 암, 자궁경부암에서 대동맥으로 전이된 암 등 암세포의 전이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말기 암 환자에게 보조 치료법으로도 사용된다.

또 뇌혈관 기형, 얼굴 신경통, 우울증 및 강박증 등 정신질환 가운데 약으로 치료가 안 돼 수술이 필요한 질환에도 사용된다.

총 3, 4회 치료하며 회당 1시간 정도 걸린다. 치료 기간은 7∼10일. 뇌와 두경부 종양은 보험이 적용돼 총치료비가 220만∼300만 원으로 부담이 적은 반면 기타 부위의 종양 치료는 1000만 원 내외가 든다.

HIFU 나이프…간암-췌장암-신장암 등에 효과적

방사선이 아닌 초음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앞서 소개한 기기와는 다르다. 일반인의 건강검진이나 임신부 태아 검사에 주로 사용되는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장점.

순식간에 섭씨 80∼100도의 초음파 열을 발생시켜 암 덩어리를 태운다. 조직만 선택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치료 후 사진을 보면 마치 칼로 도려낸 것 같이 확연히 드러나 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고강도 초점 초음파) 나이프라고 불린다.

간암 및 췌장암에 효과적이며 간 전이암, 신장암, 악성 뼈 종양, 자궁근종 등에도 활용된다. 말기 췌장암으로 환자가 통증이 심할 때 완화 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공기가 많이 있는 부위나 뼈를 싸고 있는 조직은 효과가 떨어져 위암, 폐암, 뇌종양 등엔 적용이 안 된다.

치료 시간은 5cm 크기 암 덩어리의 경우엔 3시간 정도 걸리고 총치료비는 1000만∼1200만 원.

토모 세러피…뇌종양-간질-파킨슨병 등 활용

토모 세러피(사진)는 기존 방사선 치료 기기에 CT 기능이 포함된 것이다. 치료할 때마다 매번 CT를 찍어서 좀 더 정확한 부위에 방사선을 쏘며 치료한다. 방사선의 세기와 방향이 자동으로 조절돼 종양 부위에 방사선을 집중시키는 원리다.

뇌종양, 폐암, 간암, 두경부암, 전립샘암, 췌장암, 간질, 파킨슨병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종양이 신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거나 넓은 부분에 퍼져 있는 다발성 암에는 완치 목적이 아닌 증세 완화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 번에 15∼20분 걸리며 약 20일간 매일 치료한다. 총비용은 약 2000만 원.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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