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계란 알레르기 백신 세계 첫 개발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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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분소 방사선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실험용 쥐의 면역력을 조사하기 위해 계란 알레르기 백신을 주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분소 방사선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실험용 쥐의 면역력을 조사하기 위해 계란 알레르기 백신을 주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어린이 열 명 중 한 명꼴로 달걀 알레르기에 시달린다. 달걀을 먹으면 구토나 어지럼증, 소화불량에 걸린다. 달걀 알레르기 환자는 독감 예방접종도 받을 수 없다.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를 달걀에서 대량 배양하는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만 아무리 깨끗이 분리해도 달걀의 단백질 성분이 남을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분소 방사선연구원의 이주운 박사는 15일 “달걀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최근 동물 실험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달걀 알레르기 백신의 핵심은 방사선을 쪼이는 데 있다. 방사선을 쪼여 단백질 구조가 조금만 변해도 면역반응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달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은 흰자에 주로 들어 있는 ‘오발부민(ovalbumin)’이라는 단백질이다. 이 박사팀은 오발부민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핵심 구조 6군데 중 한두 군데만 감마선에 노출시켜 구조를 바꿨다.

이렇게 하면 오발부민이 몸속에서 항원 역할을 해 면역세포가 이에 대항할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는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능력을 약화시킨 백신이 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백신을 주입한 실험용 쥐에 오발부민을 넣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백신을 맞은 쥐는 오발부민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면역약리학회지’ 1월호에 실렸다.

이 박사는 달걀 알레르기 백신에 대한 국내외 특허를 최근 출원했다. 조만간 대한알레르기학회와 공동으로 달걀 알레르기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집먼지 진드기 백신도 같은 방법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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