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꿈틀대는 암세포 ‘X선 몰카’로 생생하게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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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X선으로 찍은 개미 머리와 파리 머리의 입체영상. 사진 제공 포스텍
포항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X선으로 찍은 개미 머리와 파리 머리의 입체영상. 사진 제공 포스텍
“살아 있는 암세포가 변하는 모습을 X선으로 생생하게 촬영할 겁니다.”

최근 포스텍(포항공대) 제정호 교수는 포항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X선으로 생명활동을 들여다보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 중 하나인 X선영상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암세포는 주변에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한다. 따라서 암 조직을 따로 떼어 내면 암세포가 죽은 상태에서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X선으로 살아 있는 암세포를 들여다보려면 단순한 구조영상이 아니라 기능영상이 필요하다. 즉, 생물학적 기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X선이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과 함께 위상 차이에 따른 광량의 차이를 이용하겠다는 것이 제 교수의 생각이다. 지구 어느 곳이든 똑같이 비추는 햇빛이 나무에 닿으면 그림자가 생겨 빛의 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중간 경로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광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제 교수팀은 암세포처럼 촬영 대상이 있는 지점에서 X선의 광량 차이를 크게 할 수 있는 매개 물질을 찾고 있다. 나노입자나 양자점 같은 미세입자가 현재 유력한 후보다.

먼저 이 입자 표면에 생체물질을 붙여 암을 찾아가게 한다. 그 뒤 X선을 쬐면 암이 있는 위치에서 광량 차이가 나타나 암세포의 활동을 생생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교수는 “X선 기능영상을 제대로 구현하면 길이는 1000분의 1mm, 부피는 10억분의 1mm³까지 볼 수 있다”며 “새로 생긴 혈관이 암세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 교수팀은 2004년 살아 있는 쥐에서 지름 0.01mm 이하의 미세혈관을 X선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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