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교수 진료실 속의 性이야기]어느 부부의 ‘아픈 밤’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0분


‘섹스리스’ 부부가 늘었다고 한다. 요즘 섹스리스 부부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다.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났던 30대 커플도 그런 경우다.

그들은 결혼 3년 동안 섹스다운 섹스를 한 적이 별로 없다고 고백했다.

“첫날밤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요. 남편이 오기만 해도 겁이 나요. 너무 아프거든요.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요. 그런데 남편이 싫은 건 아니거든요. 아픈 섹스는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사실 저도 남자인데 성욕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매번 집사람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 제가 마치 짐승 같고, 제 욕구만 채우려고 하는 것 같아 제가 싫어질 때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혼자서 해결하기도 하고…. 이젠 아예 성욕이 줄고, 발기도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손자를 기대하시는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네요.”

부인의 질 경련이 원인이었다. 질 경련은 질 부위가 갑작스러운 외부 자극으로 수축돼 굳어지는 것이다. 이 질환은 섹스에 대한 지나친 경직된 사고와 심리적 긴장이 원인이다.

이런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남성들은 첫날밤 아픈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여겨 여성의 반응을 별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인다. 당사자는 몸서리칠 정도로 괴로운데 말이다.

고통스러워하는 부인에게 치료법으로 긴장된 골반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한 근육 이완제를 쓰고, 모니터를 보면서 근육이완 운동을 배우게 하고, 전기자극 치료를 받는 바이오피드백 요법을 이용한 근육 이완 훈련을 시켰다. 처음에는 허벅지 근처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해 의료진도 여간 고생이 아니었지만 두 달 동안 열심히 치료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치료가 끝나고 한 달 뒤 간호사가 물어왔다. “선생님 그 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어제 혹시나 해서 검사를 했더니 임신인 것 같아 내일 산부인과에 가실 거래요. 임신이면 그동안 약 먹은 것 괜찮으냐고 물어보시던데요?”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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