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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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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물리학과 허남정(사진) 교수는 8일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이 자기장을 걸었을 때 특정 온도가 되면 자성(磁性)을 띠고 전기저항이 변하는 과정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물질은 일정한 전기저항 값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간혹 자기장을 걸면 전기저항이 바뀌는 물질이 있다. 바로 ‘자기저항물질’이다. 그중에서도 망간산화물이나 철산화물처럼 저항의 변화 정도가 큰 물질을 별도로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이라고 한다. 자성을 띠는 물질 속에는 ‘스핀’이라고 불리는 초미니 자석들이 무수히 많이 들어 있다. 스핀이 나란히 정렬할수록 자성이 강해진다(강자성 상태). 반대로 스핀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열을 지으면 자성이 약해진다(반강자성 상태).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은 온도가 낮아지면 반강자성에서 강자성 상태로 바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두 상태가 섞인 채 굳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마치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 도중 액체 상태와 고체 상태가 공존하는 채로 멈춰 버리는 것과 같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유리전이현상’이라고 부른다.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에서 어떻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인 ‘란타늄 프라세오디뮴 칼슘 망간산화물((La,Pr,Ca)MnO3)’을 합성해 자기장을 걸고 온도를 낮추면서 자기력현미경으로 표면을 관찰했다. 그 결과 영하 200도 이하에서 유리전이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허 교수는 “유리전이현상이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을 개발한다면 자기장을 걸었을 때 상온에서도 전기저항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초거대 자기저항물질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헤드에 쓰이는 자기센서 등에 적용하면 성능을 지금보다 몇 배나 향상시킬 수 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머티리얼스’ 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연구에는 허 교수 이외에 미국 뉴저지주립대 물리학과 정상욱 교수, 박순용 박사과정 학생도 참여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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