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응급센터 건물 10층에 있는 정명호(48·순환기내과 과장·사진) 교수 연구실을 찾는 사람들은 방안 가득한 그의 ‘돼지 가족’을 보고 깜짝 놀란다.
심장전문의인 정 교수와 돼지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장 모양과 혈전 체계 등이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돼지를 대상으로 동물 실험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미국 연수 과정에서 깨달은 정 교수가 첫 실험을 한 것은 1995년 말.
정 교수는 1000건 이상의 돼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국내외 학회에 505편의 관련분야 논문을 발표하고 재협착 방지용 약물을 부착한 스텐트(금속 그물망) 개발에 성공해 8건의 특허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매일 돼지와 살다시피 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든 취미가 돼지인형 수집. 함께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59년생 돼지띠 아내도 이제 그의 취미를 이해하고 돕는다.
학회 참석 등을 위해 외국에 갈 때마다 사들고 온 것에다 주변 선후배들의 선물까지 더해 어느덧 1000개 이상의 인형과 돼지무늬 넥타이가 연구실을 채우게 됐다.
그는 “돼지 덕분에 연구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실제 시술에서 높은 성공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연구성과를 더 널리 활용할 국립심장센터를 광주에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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