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 내 심장이…]<1>고혈압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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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우리 몸의 피를 순환시켜 주는 핵심 장기다.

하지만 평소 관리하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질환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특히 30∼50대의 돌연사는 대부분 심장질환과 관련이 많다.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심장 질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다행히 심장질환은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와 공동기획으로 5회에 걸쳐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질환과 이를 예방 관리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 내 심장이…’ 시리즈를 연재한다.》

17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2층 순환기내과 초진클리닉. 회사원 장형우(35·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씨가 순환기 내과 성지동 교수 외래를 찾았다. 보기에도 뚱뚱해 보이는 장 씨. 아직 젊은 나이지만 병원을 찾은 이유는 고혈압 때문.

“1년 전부터 평균 160/110mmHg(이하 단위 생략) 정도가 나왔어요. 주위에선 고혈압이라고 하던데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다가 최근 몸무게가 8kg이나 불었어요.”(장 씨)

그는 집에서 자동 혈압계로 잰 혈압이 낮을 때는 140/90, 높을 때는 160/110이었다. 그를 문진한 성 교수는 장 씨가 가족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친할머니,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인한 뇌중풍(뇌졸중)으로 돌아가셨고 장 씨의 형도 고혈압으로 약을 복용 중이다. 장 씨는 여기에 잦은 회식, 음주, 불규칙한 식사습관까지 갖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음. 중소 컴퓨터 업체에 근무하는 장 씨는 일주일에 평균 3번의 회식 때마다 과음을 했고 14년 동안 하루에 담배 1갑 정도를 꾸준히 피워 왔다. 음식도 짜고 매운 것을 즐겼다.

성 교수는 장 씨의 오른팔에 혈압계를 두르고 혈압을 쟀다.

“혈압은 언제 어디서 재느냐에 따라 변동이 크기 때문에 고혈압 여부를 알려면 여러 번 혈압을 재야 합니다. 병원에서 혈압을 잴 경우 긴장하기 때문에 최소 5분 정도 휴식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재야 정확합니다.”(성 교수)

성 교수는 왼팔에도 혈압계를 둘렀다. 양팔 중 한쪽 팔이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진 경우에는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 고혈압 징후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 결과 왼팔은 152/100, 오른팔은 150/104로 엇비슷하게 나왔다. 정상수치인 120 미만/80 미만에 비하면 장 씨는 경증의 고혈압이었다.

장 씨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고혈압은 한번 생기면 정상으로 되돌리기 힘든 질환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현재 몸무게에서 8kg 정도만 빼도 평균 혈압이 10 정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금주를 할 경우에도 평균 5 정도의 혈압이 떨어지죠. 술도 술이지만, 체중 조절이 가장 중요합니다.”(성 교수)

“약을 매일 먹어야 하나요?”(장 씨)

형이 고혈압 때문에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을 본 장 씨는 약 복용이 부담스럽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경증 고혈압이기 때문에 약물 대신 체중 조절에 신경 쓰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먹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혈압 약 복용을 꺼려요. 하지만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상 그런 생각보다는 우선 약으로라도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약을 복용하던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는 조절이 잘돼 약을 끊는 경우도 있어요.”(성 교수)

장 씨는 성 교수의 도움을 받아 현재 본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활습관을 고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적은 표를 받아 들었다.

“혈압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재는 것이 좋아요.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높을 때이기 때문이에요. 수시로 재서 수첩에 기록하세요.”(성 교수)

그에게는 무엇보다 살을 빼는 게 급선무였다. 운동에 강한 의지를 불태운 장 씨. 그는 과연 고혈압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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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

장형우 씨는 혈압이 높아서 외래에 내원했지만 특별한 자각증상은 없는 상태였다. 기본적인 혈액 검사들을 한 결과 다행히 총 콜레스테롤이 207mg/dL로 경미한 상승을 보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혈당, 간 기능 검사, 소변 검사, 흉부 X선촬영, 심전도 검사 결과는 정상 소견이었다. 따라서 장 씨의 상태는 별다른 동반 질환이나 합병증이 없는 경증 고혈압이었다.

고혈압은 순환기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평균적으로 40세 이후 성인의 20∼40%는 고혈압을 앓을 수 있다. 고혈압은 50대 전에는 남자가 많고 이후에는 남녀가 비슷해진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성의 폐경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고혈압은 방치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뇌중풍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 콩밭 기능 이상 및 심장동맥질환 등의 합병증도 흔히 본다.

고혈압은 95% 이상이 체질적으로 발생하며 뚜렷한 원인을 밝히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유전적인 성향이 강한 질환이다. 환자들에게 가족력을 물어보면 대부분 부모 형제 친척 중에 환자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모 모두에게 고혈압이 있으면 자녀들이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높다.

게다가 고혈압 환자가 담배를 피울 경우엔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치료법은 식이요법, 운동, 약물요법 등이 있는데 장 씨처럼 증세가 심하지 않은 경증환자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통해 정상 혈압을 찾을 수 있다.

통계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 비만증을 함께 갖고 있다. 과체중의 절반만 줄여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높아진 혈중 콜레스테롤도 함께 감소된다.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은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한 경우 염분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고혈압 예방 수칙

1.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특히 주의한다.

2.비만은 건강의 적이므로 표준 체중을 유지한다.

3.금주 금연이 상책, 절주는 차선책이다.

4.적절한 운동은 필수.

5.온 가족이 싱겁게 먹는다.

6.콜레스테롤, 동물성 지방은 피한다.

7.채소류 해조류 과일을 즐겨 먹는다.

8.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푼다.

9.긍정적으로 살아간다.

10.3개월에 한 번씩 혈압을 잰다.

11.단골 의사와 자주 상담한다.

◇다음 순서는 돌연사의 주된 질환으로 알려진 급성 심근경색입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e메일(health@donga.com)

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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