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옥루몽, 세계 겨냥한 애니메이션-게임으로 재탄생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코멘트
“세계를 놀라게 할 애니메이션이 될 겁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애니메이션 ‘구운몽’ 제작을 지휘하는 ㈜세모로직 코리아의 김종보(44) 사장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파이널 판타지’, ‘애니매트릭스’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세모로직 코리아는 2008년 여름 완성을 목표로 극장용 애니메이션 ‘구운몽’의 메인 캐릭터 설정과 기획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 인력이 최신 기술을 사용해 만드는 구운몽의 제작비는 약 100억 원.

제작사는 “꿈과 현실의 이분법 구도가 만화적 상상력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상품이 정보기술(IT)이나 제조업 못지않게 고부가가치를 지닌 요즘 한국 고전소설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거듭나고 있다.

19세기 영웅소설 ‘옥루몽’은 강원대 산학협력단이 24부작(편당 20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예정이다.

1차분 시나리오와 50여 개의 캐릭터가 완성돼 10월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지난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지역문화산업연구센터(CRC) 사업으로 선정돼 3년간 14억 원을 지원받는다. 제작비 40억∼50억 원 중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강원대 국어교육학과 김풍기 교수는 “방대한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서사구조가 촘촘해 시나리오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이 중국, 몽골, 베트남을 포괄해 한국적 고유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운몽은 컴퓨터 게임으로도 제작된다. 이를 위해 계명문화대 미디어학부장 김교봉 교수와 게임 개발자 강주식(37) 씨는 지난달 23일 정부에 벤처창업지원자금을 신청했다.

전남 장성군은 2011년 홍길동 테마파크 완공에 맞춰 홍길동전을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만들 계획이다.

별주부전을 토대로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묘&가’는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의 지원을 받아 만들고 있다.

1967년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큰 성공을 거둔 이래 고전소설이 여러 차례 애니메이션으로 개발됐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1990년 이후 나온 애니메이션 ‘돌아온 영웅 홍길동’, ‘성춘향뎐’, ‘별주부 해로’도 흥행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4년에는 70억 원을 들여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이 제작됐지만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고전소설의 애니메이션화는 한류(韓流)로 얻은 자신감에 다국적 인력과 자본에 의한 최신 기술, 그리고 고전 전공자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구운몽’의 시놉시스(줄거리)를 쓴 연세대 국학연구원 설성경 원장은 “고전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최신 기술에 의해 제작, 수출된 애니메이션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