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35>아찔한 안전사고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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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쾅.”

얼마 전 우리 가족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지신호로 대기 중 느닷없이 뒤에서 차가 들이받는 바람에 차는 폐차장으로 직행했고 온 가족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는 사고 수습으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지원이가 가장 걱정이 됐다. 지원이가 사고 후 30분 동안 심하게 울어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뇌의 이상 여부다. 다행히 아기의 뇌는 척수액과 뇌막으로 잘 보호돼 대부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물게 머리뼈에 금이 가거나 뇌에 피가 고이는 일도 있다. 겉으로 봐선 멀쩡해도 의식이 흐릿하거나 엄마를 못 알아보고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경련이나 구토를 할 경우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다행히 사고 후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지원이에게 별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많이 놀란 탓인지 지원이는 2, 3일 잘 먹지도 않고 5일 동안 변을 보지 않아 속을 태웠다.

비단 교통사고뿐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 일도 많고 기상천외한 일도 많다. 특히 돌이 안 된 아이들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삼켜 쉽게 질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119가 출동할 때까지는 부모가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재빨리 아이 입을 벌려 꺼낼 수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후 하임리크법(아기를 엎어 놓고 머리를 땅을 보게 한 뒤 한 손으로 아기를 잘 받치고 다른 손으로 등을 두드림)을 시행한다.

아이가 이물질을 먹은 것이 확인된 경우엔 무조건 토하게 하지 말고, 일단 응급의료정보센터(국번 없이 1339, 휴대 전화는 지역번호+1339)로 문의한 뒤 지시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삼키기 쉬운 것 중 치약, 화장품, 크레파스, 실리카겔 등은 독성이 거의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세제나 독극물을 먹었을 경우에는 토하게 하지 말고, 바로 응급실로 가되 왼쪽 팔이 아래로 가도록 아이를 가로 뉘어서 이동해 독극물이 소장으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아기가 약을 먹었을 땐 알약은 즉시 토하게 하고, 물약은 우유를 먹여 토하게 한다.

단, 먹은 지 30분이 경과했을 땐 물을 많이 먹이고 병원으로 간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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