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건강찾기]<13·끝>전립샘비대증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4분


김영문 씨가 병원을 찾아 요속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김영문 씨가 병원을 찾아 요속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운전사 경력 21년째인 김영문(52·서울 강동구 암사동) 씨는 몇 해 전부터 오줌을 눈 뒤에도 영 시원하지가 않았다. 두 달 전부터는 화장실에 가는 횟수도 자다가 두 번 정도 깨는 것을 포함해 열 번 정도로 늘었다. 여기다 마을버스의 운행코스를 다 돌려면 2, 3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지만 오줌이 마렵기 시작하면 참기도 어려웠다.》

○ 증상 천차만별 “자가진단해 보세요”

김 씨는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에서 전립샘(전립선) 이상을 점검하는 국제전립샘증상점수(IPSS), 혈액검사, 직장수지검사를 받았다.

“자가진단검사 결과를 보니 소변을 보기 많이 힘드신 것 같네요.”(김청수 교수)

“버스를 중간에 세울 수가 없는데 요즘엔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어려워서…. 제 주위에도 그런 동료들이 많아요.”(김 씨)

“오래 앉아 있거나 소변을 참으면 전립샘비대증이 악화되거든요. 그래서 운전하시는 분 가운데 전립샘비대증이 많아요.”(김 교수)

전립샘비대증은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샘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요도를 누르는 질환. 남성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지만 느끼는 증상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오줌을 자주 참으면 요도에 고인 소변이 전립샘으로 역류하면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전립샘의 이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 고기를 많이 드시나요?”(김 교수)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일을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를 먹어요. 매연을 많이 마시는데 삼겹살을 먹으면 호흡기에 좋다고 하더라고요.”(김 씨)

“전립샘은 남성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돼지고기 등 고기에 들어 있는 동물성 지방은 남성 호르몬의 재료가 되거든요. 많이 드시면 남성 호르몬의 불균형이 더 심해져 악화될 수 있어요.”

김 씨가 하루 4, 5잔 마시는 커피도 소변을 자주 마렵게 하고 전립샘을 자극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약물로 치료할지,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인지는 소변의 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와 전립샘의 비대 정도를 살펴보는 초음파 검사를 한 뒤 결정해야겠어요. 치료는 빠를수록 좋아요.”(김 교수)

○ 하체운동 자주하고 고기-커피 자제

김 씨는 IPSS에서 28점이 나와 중증으로 보이지만(7점 이상은 치료) 피검사와 직장수지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전립샘에 염증이 있는지, 암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혈액검사에서는 전립샘특이항원(PSA) 수치가 mL당 0.59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 나왔다. 4ng 이상이면 조직 검사로 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김 씨는 추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악화되지 않도록 우선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조언을 받았다.

“최소 2시간 간격으로 운전석에서 일어나 휴식을 취하고 소변을 참지 마세요. 갑자기 요도가 막혀서 오줌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더운 물에 좌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김 교수)

자주 걸어 하체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키 165cm에 88kg인 체중도 줄이는 게 좋다. 비만도 전립샘비대증과 관련이 있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는 물을 드시지 마세요. 혹시 감기에 걸리면 처방받기 전에 전립샘 질환이 있다고 말하세요.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과 기관지 확장 약은 요도근육을 수축시켜 증상을 악화시킵니다.”(김 교수)


<끝>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전문가 진단 ▼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전립샘은 정액의 일부인 전립샘액을 만드는 기관이다.

방광의 바로 아래에 있으며 요도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배뇨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이 가운데 전립샘비대증은 주로 전립샘의 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요도를 압박하는 것. 40, 50대에 이르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불균형을 이루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서구와 같이 전립샘비대증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남성의 전립샘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50대의 50%, 60대의 60%에서 전립샘 이상이 발견된다.

주요 증상은 배뇨와 관련이 있다. 2시간 이내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빈뇨, 밤에 2번 이상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야간뇨, 오줌을 눈 뒤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 오줌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약뇨 등으로 다양하다.

심한 경우 사정 장애 등 성생활에 장애를 겪을 수도 있으며 발기부전 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진단은 자가진단을 비롯해 직장수지검사 피검사 요속검사 등을 거친다. 치료는 약물요법을 우선적으로 해본다. 전립샘 안의 요도를 확장시켜 오줌을 쉽게 눌 수 있도록 하는 약이나 전립샘의 크기를 줄여서 배뇨를 도와주는 약이다.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경우엔 수술하지 않는 방법으로 레이저 치료, 풍선 확장법, 온열요법 등이 쓰인다. 전립샘(정상은 20g 정도)이 100g 이상인 경우 개복 후 전립샘을 절제해야 한다.

김청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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