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빛 너머 우주의 요람이 보인다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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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가 공동 개발한 '아카리' 적외선우주망원경의 상상도.
한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가 공동 개발한 '아카리' 적외선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은하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지 알면 우주의 진화과정을 알 수 있다. 우주의 나이가 20억∼60억 살일 때 은하들이 주로 형성된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기간이 ‘은하 베이비붐 시기’인 셈이다. 은하 베이비붐 시기의 비밀을 벗겨낼 수 있는 적외선우주망원경 ‘아스트로-F’가 22일 일본 우치노우라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일본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이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는 한국, 영국, 네덜란드가 참여하고 있다.》

○ 한일합작 첫 우주망원경 ‘아스트로-F’

적외선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중에서 빨간빛 너머에 있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빛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뜨뜻함을 느낄 수 있는 열선이다. 사람 몸에서도 적외선이 나온다. 적외선은 연기나 먼지, 심지어 얇은 물체도 잘 투과한다. 이 때문에 연기가 가득 찬 건물 안에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한 장비로 적외선 카메라를 쓴다.

이런 장점은 우주 탐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으로 살펴보기 어려운 천체를 관측하는 데 쓰인다. 예를 들어 가스와 먼지가 모인 성간구름 속에 숨어 있는 별이나 행성을 적외선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은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은하도 적외선을 낸다.

굳이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적외선을 관측하는 이유는? 임명신(천문학) 서울대 교수는 “우주에서 오는 적외선은 대부분 지구 대기에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적외선지도로 은하 탄생과정 밝혀내

22일 일본 우치노우라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아카리 우주망원경(아래)은 고도 745km에서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해 은하 탄생의 비밀을 벗길 예정이다. 위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 허블 우주망원경의 적외선 장비로 관측한 우주 모습.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일본우주과학연구소

아스트로-F는 ‘아카리’(일본어로 빛이란 뜻)라는 별명을 가지며, 2003년 8월 발사돼 현재 활동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우주망원경 ‘스피처’와 크기가 거의 같다. 아카리와 스피처의 성능은 비슷하지만 적외선으로 하늘 전체를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이 아카리만의 장점이다. 관측 시야도 아카리가 스피처보다 4배 넓다.

아카리가 작성할 적외선 우주지도에는 적외선에서만 특별히 밝은 은하인 ‘적외선 은하’가 많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블랙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적외선 은하를 수십만 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교수는 “적외선 은하는 우주 역사의 비밀을 쥐고 있는 관심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먼지나 가스로 된 성간구름에서 태어나는 별, 별 주변에서 탄생하는 행성, 별이 되려다 만 천체인 갈색 왜성 등이 아카리가 관측할 대상이다.

○ 국내연구진 관측예상결과 英誌에 소개

서울대, 천문연구원, 강원대 등으로 구성된 한국 연구진은 아카리가 관측하는 자료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서울대 이형목 교수팀은 2000년 4월부터 일본 우주과학연구소와 함께 아카리의 구체적 관측 대상도 논의해 왔다.

또 한국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 자료를 만들어 어떤 과학적 결과가 나올지 파악을 끝낸 상태이다. 서울대 정웅섭 박사팀이 아카리의 예상 결과를 연구해 영국의 왕립천문학회지 2월호에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아카리는 2개월간의 점검을 마치면 고도 745km에서 지구를 돌며 약 550일 동안 적외선으로 전체 우주를 탐사할 계획이다. 한국 연구진은 공동탐사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관측시간의 10∼15%가량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 교수는 “한국이 우주망원경 분야에서 일본과 공동 연구하기는 처음”이라며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일본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스피카’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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