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미디어그룹들 “인터넷 제국 재도전”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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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재도전한다.” 세계 굴지의 미디어 그룹들이 속속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주로 10억 달러(약 1조 원) 미만의 중소 인터넷 기업을 사들여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넘겨받는 식이다. 미국 폭스TV, 영화사, 케이블TV, 위성방송, 신문을 거느린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콥)은 7월 3000만 명의 가입자와 1200만 명의 하루 이용자를 가진 인터믹스미디어의 ‘마이스페이스닷컴’을 인수했다. 뉴스콥은 앞으로 인터넷 기업 인수에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이 같은 인터넷 기업 인수 붐은 2000년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오프라인 미디어그룹의 인터넷 재도전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해 3건이었던 오프라인 미디어그룹의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은 8월 말 현재 벌써 10건을 넘겼다.》

○ 머독의 방향 전환

머독의 뉴스콥이 5억8000만 달러(약 5800억 원)에 인수한 ‘마이스페이스닷컴’은 채팅, 블로그, 음악,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미국 포털사이트 중 페이지뷰 5위의 기업. 뉴스콥은 올해 스포츠 뉴스 사이트인 ‘스카우트’도 6000만 달러(약 600억 원)에 인수했다.

머독은 2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뉴스콥이 향후 10년간 수익률을 두 자릿수로 기록하려면 ‘클릭 앤드 모르타르’(Click and Mortar·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을 강화하는 것)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MTV, CBS TV 등을 소유한 바이어컴은 지난해 ‘스포츠라인닷컴’을 4600만 달러(약 460억 원)에 인수했고 올 초 콘퍼런스콜 IR(전화회의를 통한 기업설명회)에서 인터넷 기업 사냥을 공언했다.

2000년 자회사 고네트워크를 앞세워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혼이 난 디즈니사도 4억4000만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여성 전문 ‘i빌리지닷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다시 인터넷에 도전하고 있다.

이 밖에 뉴욕타임스는 올 초 4억1000만 달러(약 4100억 원)에 ‘어바웃닷컴’을, 월스트리트저널의 모회사인 다우존스는 지난해 5억1900만 달러(약 5190억 원)를 주고 금융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를 인수했다.

○ 왜 인수하나

오프라인 미디어기업이 인터넷 기업 인수에 다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광고의 급속한 성장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 투자자문회사인 말린&어소시에이츠는 2005년 말 글로벌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는 지난해 96억 달러(약 9조6000억 원)에서 40% 신장한 130억 달러(약 13조 원)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AP, CBS, MSNBC, 뉴욕타임스 등 모든 신문 방송 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비디오 뉴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월 열린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총회에서는 “텍스트와 영상 서비스의 연계가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우존스가 ‘마켓워치’를 인수한 것도 ‘마켓워치’의 고화질 비디오 기술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비디오 뉴스에는 광고를 붙일 수 있고 이것이 온라인광고 확대에 기여했다는 것.

오프라인 미디어그룹의 궁극적 목표는 자사가 보유한 기존 콘텐츠에 블로그 등 웹에 기반한 개인용 미디어를 결합해 인터넷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보급을 위해 야후, MSN 등을 이용했으나 이제는 이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 인터넷 기업의 반격

일본 포털사이트인 ‘라이브도어’가 올 초 일본 후지TV의 지주회사인 니혼방송을 인수하려고 했던 것은 인터넷 업체의 오프라인 기업 인수 시도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라이브도어’는 4월 자신이 갖고 있는 니혼방송 주식을 후지TV 등에 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지난달에는 ‘라이브도어’가 TV도쿄를 인수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일본 방송계는 인수합병 소문으로 뒤숭숭하다.

한양대 전범수(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영상서비스가 보편화됐고, 구글 야후 등의 수익성이 시장에서 검증됨으로써 오프라인 미디어그룹의 온라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역으로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기업을 합병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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