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대통령홍보비서관 계속되는 ‘막글’에 비난 봇물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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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를 자신의 싸이월드(개인 미니 홈페이지)쯤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한 양정철(楊正哲)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의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데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누리꾼(네티즌)들도 “대통령 보좌나 잘해라”라며 질책과 비난을 쏟아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정쟁의 도구(?)=양 비서관은 9일 청와대 브리핑에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박 대표를 향해 “한국 정치의 비정상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없어 허탈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박 대표의 연정 거부를 책임감, 결단, 역사의식, 깊은 성찰, 일관성 등이 없는 ‘5무(無)’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 글은 바로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눈에 띄는 자리에 실렸으며, 10일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은 채 떠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2급 비서관이 제1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눈을 흘기는 사람이 많다.

열린우리당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참 어리석은 짓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수록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저렇게 싸우는 자세로 나오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어느 나라 대통령비서관이 이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발표하느냐. 비서관의 ‘비(秘)’자는 비밀스럽다는 것이다. 비서관은 대통령의 그림자로서 맡은 업무를 조용히 수행하고 대통령에게 충언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얼굴에 해당하는 청와대 홈페이지가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가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박 대표를 주인공으로 한 ‘성(性) 패러디’를 초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편집해 놓은 것이 밝혀져 여성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양 비서관은 지난해 7월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여론이 일었을 때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아·조선일보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섬뜩한 제목의 글을 실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가=양 비서관은 홍보수석실의 선임 비서관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홍보정책 전반을 기획 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을 뿐이다. 청와대 브리핑에 개인 의견을 올리는 것은 공적인 업무 영역을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양 비서관이 글을 쓰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밝히자 홍보수석실 차원에서 “한번 써보라”고 했고, 홍보수석비서관이 문장을 조금 다듬은 뒤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브리핑은 각종 정국 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견해와 입장을 밝히는 공간이다. 신문으로 치면 ‘사설’과 성격이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양 비서관의 글이 비록 ‘칼럼’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글의 취사선택을 보다 엄격하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게이트키핑(걸러내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편 양 비서관은 지난해 9월 정부 주최 ‘디지털방송 선포식’ 행사 때 삼성 측에 행사비용 부담을 요청했던 인물로 처음에는 “삼성 측에 전화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등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변함없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1964년생

△1988∼1994년 전국언론 노조연맹의 언론노보 기자

△1994년 나산그룹 홍보실 근무

△1995∼1997년 한보사태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와 이와 관련된 권력형 금융 부정 및 특혜 대출 비리 사건)때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비서, 홍보실 근무

△2001년 스카이라이프 홍보실장

△2002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 합류

△2003년 대통령국내언론 비서관실 행정관(3급)

△2004년 대통령국내언론 비서관(2급)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2급)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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