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름 술 왜 빨리 취하나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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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지면서 밤거리를 좀비 같은 모습으로 정신없이 배회하는 취객들이 늘고 있다. 술 취한 상태에서 자칫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여름에 술을 마시면 왜 겨울보다 더 빨리, 더 심하게 취하는 걸까. 단순한 느낌만은 아닌 뚜렷한 이유가 있다.

여름철에는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땀이 많이 나 몸속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기 쉽다. 더위로 이미 확장된 혈관을 술이 더 확장시키므로 심장박동이 빨라져 알코올 흡수도 빨라진다.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자연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빠르게 올라간다.

또한 더위를 이기기 위해 확장된 혈관을 소용없게 만들기 때문에 몸이 더 덥게 느껴진다. 입에서만 차갑게 느껴지는 맥주를 계속 들이켜다가 더위는 못 식히고 취하게만 되는 것. 알코올은 칼로리가 높아 대사 작용으로 인한 발열도 많다.

여름에는 야외에 나가서 술을 마실 때도 많은데 해가 긴 탓에 “아직 날이 밝으니 더 마시자”는 핑계로 자리가 마냥 길어지기 쉽다. 실제로 습관성이 아니면서 갑자기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는 급성 알코올중독 환자 수는 겨울보다 한여름에 많다.

여름 휴가철 술자리는 사고 위험도 크다. 더위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술과 함께 이것저것 조심성 없이 먹다가 심한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대표적. 해변에서 술을 마시다가 객기를 부리며 바닷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가뜩이나 무리한 심장이 마비돼 익사하기 십상이다.

여름밤 차가운 술 한 잔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는 전해질과 수분을 함께 보충할 수 있는 수박 등 차가운 과일이 가장 좋다. 술자리를 갖더라도 고칼로리 안주보다는 과일을 함께 먹도록 하자.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 다사랑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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