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잠 적게 자면 살 찐다고?

  • 입력 2004년 12월 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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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적게 자면 살이 찐다?

최근 열린 북미비만연구학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가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비만 걱정을 더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스티븐 헤임스필드 박사팀은 32∼59세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 7∼9시간을 자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수면시간이 4시간 이하일 경우 비만확률이 73% 높았다. 수면시간이 5시간일 때 50%, 6시간일 때 23%가 높았다. 1시간을 덜 자면 25% 정도 비만 확률이 높아진 것.

잠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의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르몬이 비만의 열쇠=연구팀은 잠이 부족하면 식욕과 관련 있는 호르몬 분비량이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덜 자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량은 줄고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것. 수면 부족이 식욕을 촉진하고 비만을 유발한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호르몬이 비만을 유발하는 경우는 더 있다.

잠을 잘 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밤에 깨어 있으면 분비되는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반대로 지방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잠을 덜 자면 성장호르몬은 안 나오고 코르티솔은 많이 분비돼 살이 찌는 것이다.

▽많이 자면 살 빠지나=그렇지 않다. 오히려 살이 찐다. 무엇보다 잠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잠을 아무리 많이 자도 개운하지가 않다. 아침에 잠에서 깨기도 어렵고 낮에 조는 경우가 많다.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결과적으로 살이 찐다.

임상적으로도 뚱뚱한 사람일수록 잠이 많은 경우가 많다. 특히 밤보다는 활동이 많은 낮에 잠을 많이 잘수록 비만 가능성이 높다.

수면 습관이 불규칙하면 수면시간이 늘어난다. 대체로 이럴 때 불면증 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낮에 졸리다. 또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는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수면 부족이 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총 수면시간만 늘어난다.

▽어떻게 해야 하나=이번 연구결과가 의학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우선 이번 발표는 정식 논문이라기보다는 예비 논문의 성격이 짙다. 당시 학회에 참석했던 영동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김똘미 교수는 “더 정확한 내용은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의 품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도 연구의 한계다. 의사들은 4시간을 자더라도 ‘선잠’이라면 수면시간을 2시간으로 계산한다. 사람마다 뇌 생체시계가 달라 적정 수면시간이 다르다는 것도 고려되지 않았다.

또 잠을 안자고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TV 등을 보게 되면 야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잠은 많을 때나 적을 때 모두 살이 찌기 쉽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낮에 신체활동량이 많으면 잠을 촉진하는 물질이 몸에 쌓여 밤에 숙면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원리에 따르면 겨울에 잠이 많아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추위로 인해 주간 신체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잠이 쉽게 들지 못하고 숙면이 안 되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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