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가전 주도권 누가 잡을까…셋톱박스나 PC냐

  • 입력 2003년 12월 25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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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톱박스는 거실에 두고 영상, 음악, 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가전쇼의 셋톱박스 시연회. 김태한기자
셋톱박스는 거실에 두고 영상, 음악, 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가전쇼의 셋톱박스 시연회. 김태한기자
《‘똑똑해진 셋톱박스냐, 편리해진 PC냐?’ 영화, 디지털방송, 인터넷오디오 등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활용을 위한 가정 내 핵심기기 자리를 놓고 PC와 셋톱박스 진영의 힘 겨루기가 치열하다. TV와 PC가 합쳐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융복합)’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양 진영에서 내놓은 제품들의 성능과 쓸모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텔레비전과 연결해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을 시청하는 셋톱박스는 인터넷, 무선통신, 양방향TV 기능을 갖춘 제품이 크게 늘었으며, PC는 거실에서 TV처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거실용 제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차세대 가전의 선두 주자 셋톱박스=셋톱박스 업계는 기존의 TV나 PC로는 불가능한 양방향TV 서비스 및 인터넷 부가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터넷 셋톱박스의 경우 TV 수신 외에도 초고속인터넷 회선에 물려 인터넷 멀티미디어플레이어나 인터넷 전화기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케이아이티비가 생산한 ‘IP셋톱박스’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등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인터넷 셋톱박스.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T커머스’ 기능을 갖춰 피자나 꽃 배달 등 전자상거래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한국HP, 현주컴퓨터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내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디어센터’ 운영체제를 탑재한 컴퓨터를 대거 선보인다.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MP3파일과 동영상 파일을 대형TV와 연결해 선명한 화면과 입체음향으로 즐길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블루투스’ 무선통신도 지원해 반경 100m 이내에서는 무선 인터넷 전화로도 쓸 수 있다. 이 회사의 셋톱박스는 조만간 KT의 홈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선보일 예정. 지난해부터 일본에 수출돼 외국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개인용 비디오레코더(PVR) 전문기업 토필드는 방송 시청중에도 다른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동시녹화형 PVR를 선보였다. PVR는 셋톱박스에 하드디스크(HDD)를 내장해 기존의 VCR처럼 방송 내용을 디지털 방식으로 녹화할 수 있는 제품. 녹화한 영상은 컴퓨터 파일처럼 손쉽게 재생 복사 편집이 가능하다. MP3음반, 디지털사진 등을 저장해 두고 멀티미디어 서버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인터넷 동영상 파일인 ‘디빅’이 인기를 끌면서 ‘디빅’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20만원대의 셋톱박스가 잇따라 시판되고 있다.

▽거실로 나온 PC=PC업계는 TV, VCR, 홈시어터 등 가전제품과 쉽게 호환해 쓸 수 있는 거실용 PC를 앞세워 차세대 가전시장을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디어센터 PC는 리모컨 하나로 TV, VCR, DVD, 라디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인터넷으로 TV프로그램 가이드를 내려받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녹화를 예약하는 PVR 기능도 갖췄다.

PC에 저장된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은 거실의 홈시어터와 디지털 TV에 연결해 서라운드 음향과 대형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삼보컴퓨터는 PC의 각 부분을 서랍처럼 넣고 뺄 수 있는 신개념 PC ‘루온’을 최근 시판했다. 하드디스크, DVD드라이브 등 주요 구성 요소를 필요한 것만 구입해 간편히 설치해 쓰도록 한 것. TV 시청, DVD 및 동영상 재생, 음악 및 사진앨범 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리모컨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현주컴퓨터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미디어센터’를 운영체제로 사용한 거실용 PC를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정보사이트 베타뉴스의 이직 사장은 “서로 다른 정보기기를 묶어 주는 허브(Hub) 기기로서 PC와 셋톱박스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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