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운동도 짱! 얼굴도 짱!…스포츠 '얼짱'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7시 44분


코멘트
'스포츠 얼짱'은 실력은 기본이고 얼굴도 받쳐줘야 한다. 의자매를 맺은 '얼짱콤비' 안시현(왼쪽)과 신혜인. 사진제공=스포츠투데이
'스포츠 얼짱'은 실력은 기본이고 얼굴도 받쳐줘야 한다. 의자매를 맺은 '얼짱콤비' 안시현(왼쪽)과 신혜인. 사진제공=스포츠투데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어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배짱, 하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예쁜 얼굴. 이달 초 미국LPGA 골프 CJ나인브릿지에서 우승한 19세 소녀 안시현(코오롱)은 스포츠 ‘얼짱’(‘얼굴 짱’의 줄임말로 미남이나 미녀를 뜻함)의 결정판이었다.

안시현 외에도 스포츠 얼짱은 많다. 농구의 신혜인, 유도의 배은혜, 테니스의 홍다정, 축구의 안정환, 쇼트트랙의 안현수…. 이들은 각종 언론매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왜 사람들은 스포츠 얼짱에게 환호하는가.

▽완벽한 영웅을 원한다=김병준 스포츠심리학 박사(서울대 강사)는 “사람들은 영웅을 만들어 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운동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까지 겸비하니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예인은 실력보다 외모만으로 평가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에선 실력이 없으면 결코 스타가 될 수 없다. 운동 하나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잘생기기까지 했다면 완벽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은 이미지와 실체의 괴리가 심한 반면 스포츠 스타는 이미지와 실체가 비슷한 것도 팬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스포츠 얼짱이란 신조어가 최근에 등장했을 뿐이지 과거에도 스포츠 얼짱은 있었다. 국내에선 탁구의 양영자 현정화, 사격의 강초현, 테니스의 전미라, 해외에선 테니스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 등 얼짱들은 언제나 팬들의 우상이었다.▽스포츠 얼짱의 최대 공로자는 인터넷=과거엔 신문과 방송 등 매스미디어가 만들어주는 스타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젠 팬들이 스스로 스타를 만드는 시대가 됐다. 신혜인이 대표적인 케이스. 신혜인은 매스미디어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지만 팬들이 사진이나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돌려보며 얼짱으로 만들었다.

▽스포츠 얼짱의 올바른 이해=함인희 교수는 “청소년들의 경우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열광하는 측면이 많다.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교육시스템에 억눌린 욕구를 분출할 곳이 없다 보니 이미지란 환상에 빠져 드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현실인식으로 불가능한 꿈에 얽매여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박사는 “이미지 시대엔 수많은 스타들이 짧은 주기로 명멸한다. 선수들은 팬들이 열광하는 것에 우쭐대지 말고 언제나 성실한 모습으로 스타의 자리를 오래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누가 인터넷 스포츠 '얼짱'?


‘스포츠 얼짱’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포털 사이트 다음이 지난달 스포츠 얼짱 인기투표를 실시하면서부터. 모두 100만여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29만4817표를 얻은 신혜인이 깜짝 1위를 차지했다. 2위 축구 안정환(15만1218표), 3위 수영 김민석(12만7711표), 4위 쇼트트랙 안현수(11만9100표), 5위 농구 우지원(5만5033표)의 순.

인터넷상에서 스포츠 얼짱은 보통 포털 사이트의 팬카페를 통해 뜨게 된다. 스포츠 얼짱 투표를 기획한 다음커뮤니케이션 검색사업본부 유기령씨는 “일단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린 선수일수록 인기가 좋다”며 “스포츠 스타들은 연예인보다 만나기가 쉽고 글도 직접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신혜인이 안정환, 우지원 등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최고의 얼짱으로 꼽힌 것은 깜찍한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팬카페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열성 팬들을 확보한 것도 큰 이유.

신혜인은 카페에 ‘합숙 들어가기 전날에’, ‘즐거운 추석 되세요’ 등의 일기를 겸한 인사를 자주 남겼고 회원들과의 정팅도 즐겼다. 자유게시판에 오른 글에 일일이 친절한 답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에 네티즌들은 ‘옆집 친구’와 같은 친근감을 느꼈고 열성팬이 되기를 자처한 것.

신혜인과 동갑내기 고3 학생인 김우람군(18·ID:hyunki)은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데 또래 여자선수가 농구도 잘하고 얼굴까지 예뻐서 무척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시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갑자기 스타가 된 ‘신데렐라형.’ 지난 9월 개설된 그의 팬카페 회원수는 70여명이었으나 이달 초 우승한 뒤 1주일만에 회원수가 9000여명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안시현도 우승 전에는 짧은 안부 글을 남겼으나 우승한 뒤에는 바쁜 일정 때문에 인터넷에 들어갈 짬도 못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안시현 팬카페는 동생 수현양이 공동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안시현 효과 수백억원…베컴 효과 10조원

스포츠 마케팅에서도 ‘얼짱 프리미엄’은 엄청나다. 잉글랜드 축구 영웅 데이비드 베컴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50억 파운드(약 10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미국LPGA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필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안시현(19·코오롱)의 홍보효과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

안시현을 직접 캐스팅한 FnC코오롱 이정훈 마케팅팀 부장은 “안시현의 깔끔한 외모가 스포츠 패션 회사 이미지와 딱 들어맞은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국내선수 중 최초로 순수 국산 클럽을 사용해 우승한 것도 제품 홍보에 최고의 효과를 냈다”며 “구체적 금액을 계산할 수 없지만 수백억원의 홍보효과를 낸 것은 사실”이라고 흐뭇해했다.

FnC코오롱은 안시현의 보다 정확한 경제적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영국의 스포츠마케팅 조사업체인 ‘SMS(SportsMarketing Survey)’에 홍보효과 산출을 의뢰해놓은 상태. SMS는 신문, 방송 등 매체에서 노출량 정도, 선수의 전체적인 이미지등을 계량화하는 전문 업체로 결과는 금주 말쯤에 나올 예정이다.

스포츠 '얼짱'의 인터넷 팬사이트
스포츠 얼짱사이트개설일회원수
신혜인cafe.daum.net/ilovesin2003년 3월20일2만9000여명
안시현cafe.daum.net/ansihyeon2003년 9월5일9500여명
안정환cafe.daum.net/jhahn1999년 6월16일3만3000여명
미셸위cafe.daum.net/wefan2003년 1월21일3600여명
데이비드 베컴cafe.daum.net/beckham072000년 9월5일4만7000여명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