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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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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인 미국 듀크대 라리 카츠 교수는 생쥐의 후각구에 있는 특정한 신경세포가 수컷 오줌에 존재하는 페로몬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9일 열린 미국신경과학학회에서 발표했다.
비강 위쪽에 있는 후각구는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후각구가 페로몬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신 페로몬의 신호는 ‘성적인 코’라고 불리는 서골비기관(VNO)이 감지한다. 동물은 페로몬을 분비하거나 감지함으로써 무의식 차원의 성적 신호를 주고받고, 그 결과 생리적 행동적 변화를 일으킨다.
인간페로몬의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사람의 경우 서골비기관이 퇴화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 페로몬 신호를 담당하는 기관이 없다면 페로몬을 통한 의사소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해부학자들이 비강에서 서골비기관을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득이 없다.
그러나 페로몬이 존재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실험결과가 많다. 즉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여학생들의 생리주기가 같아지는 현상이나 소위 ‘페로몬 향수’가 짜증이나 우울증 같은 월경전증후군을 완화시킨 사례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경우 설사 서골비기관이 완전히 퇴화됐더라도 여전히 후각구를 통해 페로몬을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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