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서식 꿀먹이박쥐 꽃에서 반사 자외선 감지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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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을 인식하는 꿀먹이박쥐. -사진제공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꽃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을 인식하는 꿀먹이박쥐. -사진제공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쥐는 눈이 아니라 소리로 물체를 감지한다. 물체에 초음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반사파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쥐에게 또 다른 첨단무기인 자외선탐지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뮌헨대의 요크 빈터 교수 연구팀은 중남미에 사는 꿀먹이박쥐가 자외선을 감지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10월 9일자에 따르면 꿀먹이박쥐는 꽃에서 반사되는 310nm 파장의 자외선을 좇아 꿀을 찾아낸다. 사람은 380∼750nm의 가시광선을 볼 수 있는데, 이보다 짧은 파장대가 자외선, 긴 파장대가 적외선이다.

동물의 눈은 막대처럼 생긴 간상세포에서 빛을 감지하고 원뿔모양의 원추세포로 색을 감지한다.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진화과정에서 원추세포의 많은 부분을 상실하고 단 두 종류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삼원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이다. 특히 박쥐는 원추세포는 아예 없고 간상세포 한 종류만 갖고 있다. 그런데도 간상세포만으로 자외선을 인식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빈터 교수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꽃 중에서 빛을 내는 것을 선택했을 때만 박쥐에게 먹이를 줬다. 빛의 파장을 다양하게 하면서 실험한 결과 박쥐는 자외선 파장대의 빛을 내는 꽃에 가장 강하게 반응했다. 반면 색깔을 다르게 한 것은 색맹인 박쥐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꿀먹이박쥐가 자외선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다. 열대우림의 꽃은 어두운 밤에 자외선을 강하게 반사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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