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곤충 ‘러버플라이’ 경계령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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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하는데 파리 비슷한 놈들이 왱왱거리며 따라다녀 얼마나 신경이 거슬렸는지 몰라요.”

“차 안으로 가끔 이상한 벌레가 날아들어 오싹했어요. 쫓아내느라 몇 번이나 법석을 떨었지요. 혹시 해충은 아닌지….”

“밖에 널어 말린 빨래를 개다가 웬 곤충이 터져 버리는 바람에 다시 빨아야 했어요. 어쩌다 이런 징그러운 벌레들이 많아졌는지….”

요즘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화학연구원 등에는 이 같은 경험을 전하며 이 곤충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 곤충이 올 봄부터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골프장과 사무실 등지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의 곤충(사진)은 ‘러버 플라이’ ‘러버 버그’ ‘마치 플라이’ 등으로 불리는 파리목(Diptera) 털파리과(Bibionidae)의 일종. 검은색을 띠며 보통 1.5cm 내외로 보통 파리(1cm 이내) 보다 크고 길쭉해 얼핏 보면 말벌을 연상하게 한다.

유기물과 습기를 좋아해 보통 두엄이나 썩은 식물 뿌리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것.

미국의 텍사스나 플로리다 등지에서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다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이 멈춰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에도 옛날부터 존재해 왔으나 생태계 변화 등으로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 연구원 생물기능연구팀 박노중(朴魯中) 박사는 “올 봄부터 사람들이 골치 아파할 정도로 이 곤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곤충을 채집해 어떤 변화 때문인지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에 따르면 일단 이 곤충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날씨가 따뜻해져 서식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따듯했고 올 봄은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에다 비도 무척이나 잦았다. 또 살충제나 환경오염물질의 사용량이 늘어나 천적이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박 박사는 “이 곤충은 유기물질의 분해를 촉진해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지만 너무 개체수가 늘어나 미국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대수롭지 않은 곤충’에서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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